원·달러와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이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에 연동해 큰 폭으로 올랐다. 주말사이 미중간 무역분쟁이 격화한데다 관심을 모았던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Fed)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코멘트를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원유와 대두를 포함한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즉각 맞대응했다. 5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원래 계획보다 5%포인트씩 높인데 이어,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에 대해 철수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선데다, 월말과 추석을 앞두고 수출업체들도 공격적으로 달러매도에 나서면서 추가 상승은 제한되는 모습이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미중 무역분쟁 관련 뉴스에 출렁일 것으로 봤다. 다만 외환당국의 의지가 강한데다 수출업체 네고물량도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원·달러는 1220원 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악재가 산적해있는만큼 이번주 저점은 1202원 내지 121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21.13원(1.86%) 급등한 1156.56원을 기록했다. 이는 13일 1160.96원 이후 최고치다. 전일대비 상승폭은 5일(28.48원, 2.55%) 급등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역외환율은 사흘째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212.8/1213.2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3.35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주말사이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았다. 또 관세부과와 보복관세 등 악순환이 이어지며 미중 무역갈등도 격화했다. 위험회피 심리로 원·달러는 갭업 출발했다. 다만 상승폭이 워낙 컸던데다 장중 매도세와 외환당국경계감으로 추가 상승은 막혔다. 류허 중국 부총리의 유화적 메시지는 장중 최저치를 견인하는 요인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분쟁 뉴스에 따라 등락이 이어질 것 같다. 이외에는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와 역외 은행 동향, 네고 및 결제 등 수급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겠다. 지난주부터 위안화 동조현상도 심해지고 있어 역시 주목할 변수”라면서 “이번주 원·달러는 1210원에서 1222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주말동안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분쟁이 격화했다. 아침에 위안화가 7.18위안까지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외환당국에서 구두개입에 이어 실개입이 나왔다. 수출업체들의 달러매도가 공격적이었던 것도 원·달러 상단이 막히는 요인이었다. 월말인데다 다다음주가 추석이라는 점, 원·달러가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매도가 매력적이라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악재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가 1220원을 못 뚫었다. 외환당국의 의지도 엿보인다. 1220원이 레인지 상단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주 하단은 1202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엔은 0.22엔(0.21%) 내린 105.18엔을, 유로·달러는 0.0090달러(0.80%) 하락한 1.1149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331위안(0.46%) 상승한 7.1671위안을 기록 중이다. CNH는 장초반 7.1828위안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31.99포인트(1.64%) 급락한 19.16.31을, 코스닥은 26.07포인트(4.28%) 폭락한 582.91을 보였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1444억4200만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서 1136억500만원어치를 각각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