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간에 주택 공급이 급증하는 현상이 우리나라 건설산업 및 주택시장에 재무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올해와 2015~2017년 중 이례적으로 주택 공급량이 급증해 내년에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만~3만 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일 발간한 ‘KDI 정책포럼 제275호’에 이 같은 내용의 ‘우리나라 주택 공급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송인호 연구위원)’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5년 주기로 주택 급증·급감이 반복돼왔다.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주택 공급 증가율의 연간 표준편차는 23.1%로, 같은 기간 아파트가격 표준편차인 6.4%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2015년에는 주택 공급량이 기초주택수요를 35만8087호 초과했다. 이 같은 초과 공급은 2016년(32만2164호), 2017년(29만6759호)에도 이어졌다.
짧은 기간 중 주택 공급량이 급증한 배경 중 하나는 선분양제도다.
송 연구위원은 “과거의 주택시장 환경은 절대적인 주택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했고, 건설사의 자금 동원능력도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여기에 정부는 일종의 낮은 자기자본으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지원할 수 있는 일종의 제도적 혜택을 건설사과 공급시장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본이 부족한 건설사가 착공 전 분양해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공사비용을 조달하는 선분양제로 특정된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사업자의 총건축사업비 대비 자기자본 비중은 4.5~9%로, 미국(30%)이나 일본(30%) 등 주요국을 크게 밑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급증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2010년 100%를 넘어선 주택보급률은 지난해 104.6%, 올해 106.0%로 치솟았다. 이는 준공 후 미분양에 따른 건설사의 재무건전성 악화 및 부도, 지방을 중심으로 한 전세가격 하락과 역전세난으로 이어졌다. 2007~2009년 주택 공급이 급증하고 2~3년이 지난 2011년 145개 건설사가 부도를 냈다. 역전세난은 올해 12월부터 수도권에서도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2007~2009년 사례를 감안할 때, 2015~2017년 주택 공급이 급증한 효과로 올해와 내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만~3만 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분양이 현실화하면 과거 건설사 부도와 역전세난, 세입자 피해도 반복될 우려가 크다.
송 연구위원은 건설사의 자기본인부담 리스크를 높이고, 주택금융기관의 책임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의 공공택지 조성을 통한 주택 공급계획을 신중하게 설계하되, 저출산 및 1인 가구 증가 등 주택수요 변화를 감안해 수요 중심의 주택공급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단 분양가 상한제 등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에 대해선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공급 물량을 ‘밀어내기’로 쏟아냈던 사례를 언급하며 “주택 공급의 급증과 급락 현상은 일부 정부 정책에 의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데, 정책적 요인이 무시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정부 정책이 주택 공급 변동성 확대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