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낸드 개발에 참여한 SK하이닉스 전유남 PL(Professional Leader)은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한순간에 나온 것이 아니다. 5년가량을 꾸준히 준비했다”며 “수많은 시도가 이뤄지며 부서별로 조각조각 개발이 진행됐다. 그런 의미에서 반도체 개발은 종합예술과 같다”고 설명했다.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만큼 6세대 낸드는 이전 제품보다 성능이 향상됐다. 작년 11월 SK하이닉스가 개발에 성공한 5세대 96단 4D 낸드와 비교했을 때 저장 용량은 30% 증가했다. 생산성과 투자 효율성 또한 40%, 60% 향상됐다.
정성훈 PL은 “이번 제품의 가장 큰 핵심은 128단으로 적층을 심화한 것”이라며 “반도체에서 층을 쌓는다는 것은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아래층과 위층의 평수가 다르면 공평하지 않다는 이유로 입주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반도체 셀 역시 자기가 느끼는 면적이 다르면 성능도 달라진다. 면적을 똑같이 만들기 위해서는 균일하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근수 PL은 “아파트를 지을 때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방음 처리가 중요하다”며 “반도체에서도 셀 두께가 얇아지면 셀 간 간섭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층마다 두께를 균일하게 하는 기술도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없었던 반도체를 선보였던 만큼 개발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당연히 존재했다.
천기창 PL은 “신기술이 적용되다 보니 점검해야 할 사항이 증가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문제점이 발생했었다”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설계팀 전원이 매달렸고, 후속 공정이 지나가기 전에 아이디어를 찾아 해결했다”고 회상했다.
메모리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6세대 낸드는 SK하이닉스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개발팀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정 PL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누가 먼저 기술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다운턴(하강국면)에서 가격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번 제품이 세계 최초라는 데 의의를 두지만, 이제 가격경쟁력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전 PL은 “전반전이 이제 끝났으니 이제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후반전에는 (6세대 낸드) 수율을 향상시켜 물량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낙이 왔지만 스스로 다시 고생길을 찾아들어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