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국악박물관 재개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악박물관의 시작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산 자락 국립극장에서 독립해 서초동으로 이전한 시기가 이 때다. 교육연수동으로 지어진 건물의 일부를 전시기능으로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박물관 기능을 갖게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보통 박물관을 지을 때 전시실 층높이를 높게 해서 짓는데, (국악박물관은) 그렇지 못했다"라며 "시대가 바뀌면서 전시기법이 향상됐고 국악박물관도 변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국악박물관의 보수공사는 1년 3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2016년 대대적 개편 논의가 시작됐고, 8억7000만 원을 들여 1년간 시설 개편 공사를 진행했다. 새 전시 개발에는 13억 원이 투입됐다.
김 실장은 "전체적으로 국악박물관이 갖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설 안전 공사, 소방 공사들에 많은 시간을 썼다"라며 "전시 내용도 1차원적인 '보는 전시'에서 듣고 체험할 수 있는전시가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새 단장을 마친 국악박물관은 '더 가까운 음악, 더 깊은 이해, 더 즐거운 놀이'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음악을 이루는 요소인 악기(樂器), 악보(樂譜), 악인(樂人)이 중심이 된다. 2층 전시실에 마련된 공간은 '국악뜰', '소리품', '악기실', '문헌실', '아카이브실', '명인실', '체험실'까지 총 7곳이다.
1층 중앙홀의 '국악뜰'(제1전시실)은 궁궐의 뜻인 전정(殿庭)에서 착안했다. 국립국악원 연주단의 연주를 13.1채널의 입체감 있는 음향과 4K UHD(Ultra High Definition) 고화질 영상으로 상영하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전시 관람에 앞서 관람객이 소리와 만날 수 있도록 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소리품(제2전시실)은 땅의 음악 재료들을 만나는 공간이다. 다양한 모양의 의자 안에는 스피커가 장착됐다. 이곳에서는 국악의 영감이 된 자연 소리를 체험할 수 있다. 풀 소리, 바닷소리, 물소리, 빗소리 등 '음악'으로 형태를 갖추기 전 일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 4전시실인 '문헌실'에서는 가장 오래된 관찬(官撰) 악보인 '세종실록악보'(복제)와 국립국악원 소장 보물 1291호 '대악후보'와 조선후기의 역동적 음악 변모 양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민찬(民撰) 악보들을 볼 수 있다.
송상혁 학예연구사는 "소리와 공간의 만남을 중점에 두고 전시를 준비했다"라며 "전시의 얼굴"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국악박물관 3층에 뮤직 라이브러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박물관 전체가 도서관(Library), 아카이브(Archives), 박물관(Museum)의 합성어인 '라키비움' 형태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