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 보고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0)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권희 부장판사)는 14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장수(71)ㆍ김관진(70) 전 국가안보실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위증 혐의로 기소된 윤전추(40)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미흡한 대응으로 논란이 됐고 국민적 논란을 해소하고자 국정조사를 실시했다"며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이 제때 보고받지 못한 것이 밝혀지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후 행사해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직접 논의한 사람은 최순실 씨와 정호성ㆍ안봉근ㆍ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인데 특히 정 전 비서관에게 보낸 11회 보고서는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도 뒷북 보고서로 보인다"며 "대통령에게 제때 보고가 됐더라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을지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장수 전 실장은 "대통령과 최초 통화가 100% 허위인지 확실하지 않고 김 전 실장이 당시 공무원이 아니어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의 점은 유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관진 전 실장에 대해서도 "세월호 사고 당시 국가안보실에서 근무하지 않아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론에서 비켜서 있었으므로 범죄에 무리하게 가담할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8개 사항에 대해 허위로 증언한 혐의를 자백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윤 전 행정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412호 법정 앞에는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유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은 "왜 유가족들은 (법정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한 것인지 해명하라"며 "노란 조끼도 무기라고 해서 가방에 넣었는데 이거 하나도 못 입게 했다"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김기춘 전 실장 등의 선고 결과가 나온 뒤에도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면서 "304명의 생명에 대한 결과가 무죄와 집행유예"라며 "오늘 대한민국 법이 피해자의 가족들을 또 죽였다"고 말했다. 이어 "악마를 지켜주는 것이 법이냐"라며 "이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유선 보고를 받은 시각과 서면 보고를 받은 횟수 등을 조작한 공문서 3건을 국회에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변경하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공용서류 손상 등)로 기소됐다. 윤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세월호 사건 당일 행적을 거짓으로 증언한 혐의(위증)로 법정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