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황토색 수의를 입고 구속된 지 약 70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혐의 전체를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미 2013년경 성폭행과 불법 촬영 조사 후 이듬해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재정신청 기각 결정까지 나왔다"며 "과거사위원회가 다시 조사하고 검찰은 수사 권고를 받아 기소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6년간 파렴치한 강간범이라는 낙인이 찍혀 온갖 조롱과 비난을 감수했다"며 "그런데 검찰은 현직 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수사단을 꾸려 어떤 혐의로든 처벌하려고 애초 문제가 된 강간 혐의와 별개로 신상털기식 수사를 통해 종전 혐의 내용과는 달리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앞서 공개된 별장 성접대 영상으로 추정되는 파일의 증거 능력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통신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은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동영상이나 사진도 촬영 대상자에게 동의를 얻지 않았으면 불법 증거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7일 2차 공판을 열고 뇌물 공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윤 씨에게 31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1억 3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03년 8월부터 2011년까지는 사업가 최모 씨에게 약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포함됐다.
김 전 차관이 2006년부터 9월부터 강원도 원주 별장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등지에서 성접대를 받은 것도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최근 검찰은 김 전 차관의 또다른 금품수수 정황을 포착해 추가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저축은행 회장이었던 A 씨로부터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부인 명의로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추가로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수사단이 이 혐의를 공소사실에 추가할 경우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액수는 3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