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일본의 경제침략과 환율전쟁으로 번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금융불안을 해소키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불안감이 커진 만큼 여유로운 시중유동성 관리가 필요한 때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같은 뜻을 내비치면서 경우에 따라 RP 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한은은 지준일을 맞아 넉달만에 RP매입을 단행했다. 시중은행에서 지준을 맞추지 못한 탓도 있지만, 여유로운 시중유동성 관리 차원도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한편 올해 한번에 그친 국고채 단순매입은 계획은 있지만 시기나 규모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준일을 맞아 시중은행에 부족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4월8일에도 지준일을 사흘 앞두고 3일물 RP 매입을 통해 9조8000억원을 푼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준일을 맞아 일부 은행에서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돼 RP매입을 하게 됐다”며 “최근 시중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자는 기조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앞서 6일 이주열 총재는 ‘금융·외환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더해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의 안정, 특히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RP매입 대신 매주 정례적으로 진행되는 RP매각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선 관계자는 “RP매각은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발행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 또 다른 수단인 통안계정도 있다”며 “(다른조건이 동일하다면) RP매각 규모를 줄이는게 시중유동성을 여유롭게 가져가는 것이다. 다만 RP매각 수단만 있는 것은 아니니 매각규모가 줄어든다고 (단정해) 말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한은의 RP매각 규모는 지난달 51조원에 달했다. 이는 올들어 월평균 40조원 수준의 매각 규모대비 확대된 것이다.
한편 올들어 1회에 그치고 있는 국고채 단순매입에 대한 계획은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은 보유 국고채 중 만기도래에 따라 올 3월 6800억원, 6월 5000억원이 줄어든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한은 보유 국고채도 연초 16조2400억원 규모에서 15조7600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다만 최근 채권시장이 연일 랠리를 펼치며 금리가 사상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매입이 자칫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은 국고채 단순매입은 관련 구간 종목 채권의 강세를 초래해왔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만기도래분만큼 채우겠다는 입장이라 단순매입 계획은 있다. 다만 금융시장 상황을 봐야해 시점이나 규모는 아직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은은 통상 RP매매를 위한 담보채권 확보를 위해 국고채를 매입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금융위기시에는 시장 안정화조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실제 2016년 11월21일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은 시장 안정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