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국내 증시에서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이들의 움직임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월 31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여 총 1조4705억 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지난 5월 9~20일의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총 1조7183억 원 순매도) 이후 최장이자 최대 규모 순매도 기록이다.
외국인은 전날에는 하루에 무려 약 6051억 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최근 외국인이 순매수 흐름을 보였지만 이중 상당 부분은 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한 ‘숏 커버링’ 물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한국 증시 이탈 원인으로는 미중 무역갈등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과 원/달러 환율 상승, 한일 경제전쟁 격화 등이 꼽힌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은 미국이 최근 3000억 달러(약 36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선언한 데 이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협상은커녕 경제 전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그룹 A(종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는 등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처럼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심리적 저지선이던 달러당 1200원 선을 훌쩍 넘어섰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악화 등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뿐 아니라 세계 신흥국 증시에서 글로벌 자금이 패시브 펀드 자금을 중심으로 대량 유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원/달러 환율”이라며 “환율이 1200원을 상향 돌파하면서 신흥국 증시 중에서도 코스피가 한층 더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세계적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이달 말부터 신흥시장(EM) 지수에서 중국·사우디아라비아 증시 비중을 높이고 한국 증시 비중을 축소할 예정인 점도 외국인 자금 유출을 거드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이번 MSCI 지수 개편으로 한국 증시 비중이 0.3%포인트 하락하면서 MSCI EM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7000억 원가량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매도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일 갈등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신흥국 증시 전반의 자금 유출 추세가 진정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미중 무역갈등이 다소 완화하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개선돼야 하는데 이달 말이나 내달 초쯤에는 상황이 나아지는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 등 신흥국 증시로 되돌아오려면 경기 반등이 확인돼야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현재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실물지표가 따라서 올라가는 오는 4분기 무렵에는 흐름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