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에너지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에너지총회(WEC)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WEC는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에너지 국제회의로 자동차 기업이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에너지체계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달 9일부터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제24차 세계에너지총회’에 김동욱 정책조정팀장 전무를 연사로 보낸다.
김 전무는 에너지와 관련해 자동차 회사에서 겪은 경험을 주제로 연단에 설 예정이다.
WEC는 세계 최대 민간 에너지기구인 세계에너지협의회가 주최하는 국제회의다.
협의회는 3년마다 총회를 열고 기업·정부·국제기구·학계 등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
‘번영을 위한 에너지’를 주제로 하는 이번 총회에는 전문가 1만 명가량이 참석할 예정이다.
에너지 관련 국제회의인 만큼 자동차 기업의 참여는 이례적이다.
이번 회의 연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자동차 회사는 현대차와 인도 타타가 유일하다.
현대차는 2013년 경북 대구에서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렸을 때 의전 차량을 제공한 적은 있지만, 연사를 보낸 전례는 없다.
현대차의 세계에너지총회 참여에는 평소 수소 경제를 언급하며 에너지체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정의선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은 현재 전 세계 수소 관련 기업들의 모임인 수소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또한, 정 부회장은 6월 15일 일본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 참석해 “수소 경제가 미래의 성공적 에너지 전환에 있어 가장 확실한 솔루션”이라며 “이를 위해 일부 국가나 특정 산업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와 산업,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총회 참석은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처음으로 세계에너지 무대에 등장하며 수소 경제 사회로의 전환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한편, 이를 두고 현대차가 수소 각료회의의 대체재로 세계에너지총회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함에 따라 다음 달 일본 도쿄에서 열릴 수소 각료회의 참석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정부 인사가 참여하는 수소 각료회의보다 규모가 큰 에너지총회에 참석해 판 자체를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