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최근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중 배재고와 세화고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모두 비강남권에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강남과 목동 등 유명 학군으로 눈을 돌리면서 주변 주택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발표가 난 다음 주인 7월 15일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0.27% 올랐다. 이후 지난 달 22일 0.23%, 29일에는 0.17% 상승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즉 정부가 집값 잡기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혀 다른 계기로 집값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2017년에도 교육부가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서울 강남권에 우수 학군 수요가 몰리면서 8·2 부동산 대책 등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아파트값이 폭등한 바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학군은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자사고 폐지로 명문고와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고 매매가보다는 전셋값 상승이 먼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7월 29일 기준) 강남구 전세가격 변동률은 0.09%에 달했다. 전주 0.04%에서 상승률이 2배 이상 뛴 것이다.
통상적으로 여름은 부동산시장의 비수기로 꼽히지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근거리 배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주소지를 옮기기 위한 이동이 활발해지는 시점이다.
대치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한달 정도 전세 문의가 조금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라며 “다른 정책 변화나 특이사항이 없는 만큼 자사고 폐지로 인한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단지 입지별로 차이가 크지만 전세 매물도 많이 소진된 상태다. 숙명여중·숙명여고 인근에 있는 강남구 ‘도곡삼성래미안’ 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전세 매물은 2개에 불과하고 전용 84㎡는 매물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명문학군으로 유명한 송파구 잠실 '트리지움'도 4000가구 가까운 대단지인데도 전용 84㎡ 전세 매물은 10여개에 불과하다.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숙명여고와 단국사대부고와 가까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는 지난 6월만해도 전용 84㎡ 전셋값이 13억5000만 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한달 사이 5000여만 원이 올라 14억 원에도 매물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강남권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자사고 폐지로 강남권을 비롯한 목동ㆍ광진ㆍ노원구 등 기존 지역 명문 학군들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이외에도 재건축·재개발 등 개발사업으로 인해 이주자들까지 생기면서 전ㆍ월세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사고 지정 해제가 강남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최근 수시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라 강남을 선택하지 않고 내신등급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