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또 연기… ‘분양가 덫’에 갇힌 분양시장

입력 2019-08-0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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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8-0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분양가 규제로 공급 차질…건설사 분양 목표 달성률 30% 그쳐

#. 서울 을지로3가역 인근 세운3지구에 들어설 ‘힐스테이트 세운’ 아파트. 당초 올해 2월 분양 예정이었지만 시행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조율이 장기화하면서 아직 분양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 역세권 복합단지 분양을 기다렸던 예비 청약자들은 수개월째 물량이 나오길 만을 애타게 바라고 있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라클래시’. 올해 5월 분양시장에 나오려고 했으나 아직까지 분양 일정이 오리무중이다. 재건축조합은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고자 후분양을 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이달이나 다음 달 중에 조합 총회를 열고 분양 방식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ㆍ수도권 주요 지역 분양시장이 '분양가 규제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HUG의 고분양가 규제와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예고되면서 분양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분양 예정이었던 '북위례 호반써밋 송파 1·2차'가 분양가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분양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송파구 분양가심사위원회와 시공사인 호반건설이 제시한 분양가 격차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양가 규제 후폭풍에 따른 분양 연기로 올해 들어 주요 건설사의 지난달까지 분양 목표 달성률은 평균 30%대에 머물렀다. 일부 건설사만 50% 전후의 성과를 올렸고, 그 외 건설사들은 목표치의 20~30%만 달성하는 데 그쳤다.

주요 아파트 단지의 분양 일정이 안갯속에 빠지고 건설사들이 분양 목표치를 충분히 채우지 못한 배경으로는 분양가 규제 영향이 크다. 분양가를 시장 기준이 아닌 정부 기준에 맞추다 보니 정부와 시행·시공사, 조합 사이에 견해 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지만 분양 예정 소식에 청약을 준비했던 예비 청약자들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과도한 분양가 규제로 분양 일정이 미뤄지자 공급 물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ㆍ수도권 주택시장에는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기 신도시에 입주한 지도 벌써 30년이 된 만큼 경기지역에서도 서울 못지않게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성향이 짙다. 이 같은 상황에 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그나마 최근에 지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가격 왜곡현상이 일어난다”며 “로또 분양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시행사와 건설사의 사업 위축으로 인한 공급 감소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 가격 왜곡을 낳고 집값을 부추기는 부동산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HUG의 분양가 규제는 본래의 취지에서도 크게 벗어났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선분양의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만든 분양보증 발급이 이제는 분양가 규제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률에 따른 가격 통제가 아니라 분양보증을 발급하는 조건으로 HUG가 자체 기준을 적용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며 “분양보증은 말 그대로 선분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는 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전국을 놓고 보면 주택시장이 모두 안 좋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지금이 강남 재건축 단지를 타깃으로 한 핀셋 정책이 필요한 때인지,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한 때인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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