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적용되는 주요 소재 중 니켈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주행거리가 긴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 하고 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니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니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최근 니켈의 주요 생산지인 인도네시아가 배터리 산업에서 가격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4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일 기준 니켈 가격은 톤당 1만452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만 달러가량에서 시작한 니켈 가격은 4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니켈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데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에서 니켈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긴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선 니켈의 함량을 높여야 한다.
그동안은 니켈의 성질을 잡을 수 있는 기술력이 충분치 않았지만 이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니켈 역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업체들은 앞다투어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세계 최초로 NCM 622 배터리를 양산하고, 지난해에는 NCM 811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 적용했다. 현재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역시 내년 하반기까지 니켈 비중이 70%인 ‘NCM(니켈·코발트·망간)712’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 역시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이처럼 니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니켈 가격이 코발트의 가격 곡선을 따라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에 적용되는 코발트의 가격은 지난해 3월 톤당 9만500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3만 달러를 밑돌고 있다.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향(向)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며 가격이 급등했지만 코발트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며 가격이 안정화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코발트 가격이 비싸지만, 고점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니켈 개발에 뛰어든 사업자가 많이 없는 만큼 니켈 가격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니켈의 최대 생산지인 인도네시아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 맥킨지는 최근 배터리 산업의 ‘키 플레이어’로 인도네시아가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새로운 니켈 공급자의 등장이나 배터리 제조법의 변경이 없다는 조건 하에 인도네시아가 니켈의 수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홍수와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며 니켈의 재고량이 6년 만에 최저치인 15만 톤가량으로 줄자 니켈 가격이 급등했다. 배터리 가격에 연동되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니켈 가격의 안정화도 중요한 만큼 인도네시아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의 에너지는 니켈에서 나오지만 니켈을 다루는 기술이 어려워 그동안은 함량이 높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코발트 함량은 줄어드는 대신 니켈이 많이 쓰이고 있고 코발트 공급 역시 늘어나면서 가격은 코발트의 가격은 안정화되고 있지만 니켈은 최근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