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흑자라더니…”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는 여전히 ‘적자’

입력 2019-08-0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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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활용해 증시에 입성하는 바이오 기업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기업공개(IPO) 당시 3~4년 후면 적자를 벗어나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실적 전망치를 달성한 곳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거래소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유망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평가를 진행해 코스닥 상장을 유도하는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제도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기업과 달리 업력에 구애받지 않으며, 계속 사업이익을 시현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큰 이점은 일반기업과 달리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상장폐지 대상으로 내몰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5년 바이로메드, 바이오니아를 시작으로 총 71개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제약, 생명과학, 생명공학 기업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대규모 연구개발비가 필요하지만, 신약까지 긴 시간이 요구되는 제약사와 상장에 열을 올리는 증권사의 수요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은 상장 당시 내세웠던 실적 추정치를 전혀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주간사가 제출한 투자신고서 내 추정손익계산서에서 3~4년 후 적자를 벗어나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밝힌 2015·2016년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기업 17곳 중 실적 추정치를 실현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17개사 전부 지난해 영업 적자 상태였다.

2015년 코스닥에 상장한 코아스템은 루게릭병(ALS)치료제 뉴로나타-알 판매가 늘어 2018년 연결기준 예상 매출액 709억 원, 영업익 251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당해 매출액은 223억 원, 영업손실 40억 원을 기록했다. 임상시험 기간이 길어지면서 1일 종가는 9360원으로 공모가(1만6000원) 대비 40% 넘게 떨어졌다.

같은해 상장한 펩트론, 엔케이맥스, 유앤아이, 아이진, 캔서롭, 맥아이씨에스, 강스템바이오텍, 씨트리 등도 비슷한 처지다. 기업공개 당시 투자설명서에 2018년부터 영업이익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적시했지만, 모두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상장한 신라젠은 올해부터 영업이익 64억7500만원이 실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마일스톤 수익으로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고, 내년에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상장을 주선한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DB금융투자 분석과 달리 임상실패 논란까지 번지면서 실적 턴어라운드는 요원한 상태다. 신라젠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56억 원, 당기순손실 153억 원을 기록했다.

팬젠 역시 기업공개 당시 실적 추정치와 실제 간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빈혈 치료제 EPO 매출이 2016년 4분기부터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임상기간과 허가 일정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했다. 2018년에는 매출액 391억 원, 영업이익 212억 원을 예상했지만, 실제 매출액은 57억 원, 영업손실 30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부터 바이오 기업들의 개발비와 관련해 회계 지침이 바뀐 영향이 있었다”며 “개발비 상각으로 처리되면서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적자전환한 애니젠은 상장 당시 2018년 예상 영업이익 84억 원, 당기순이익 83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업손실 52억 원, 당기순손실 72억 원으로 전망치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안트로젠, 큐리언트, 바이오리더스, 지엘팜텍, 로고스바이오시스템스 등도 상장 당시 장밋빛 전망과 달리 적자 폭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 할인율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투자신고서에 실적 추정치를 반드시 넣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3년 실적치가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사실 많지 않다”며 “상장 과정에서 실적 예측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으로, 오차가 생기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기업의 기술특례 상장은 특히나 불확실성 높아 상장주간사, 개인투자자들이 할인 요소를 더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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