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유통기업들의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1일 발표한 ‘2019 아시아 100대 유통기업(Top 100 Retailers in Asia 2019)’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10위권 내에 롯데와 신세계만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으로 면세점과 호텔업, 제조업의 매출을 제외하고 산정했다.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중국 3개사가 10위권에 랭크됐고, 일본도 세븐앤아이홀딩스와 이온그룹이 나란히 3, 4위에 오르고 패밀리마트가 10위권내에 포함된 것과 비교해 한국의 위상은 뒤처진다.
조사 대상 기업 중 롯데는 8위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신세계는 10위를 기록했다. 아태 100대 유통기업 중 국내 기업은 10개로 전체의 10% 수준이었다. 이는 중국과 일본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상위권에 랭크된 기업들은 대부분 이커머스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알리바바와 징동닷컴, 아마존 등 아시아 빅5 유통기업 중 3개사가 이커머스였다.
유로모니터는 올해 특히 이커머스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라고 평가했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 B2C 거래의 47% 가량이 이커머스에서 발생했다”며 “이는 10년 전인 2009년 대비 20% 가량 증가한 수치로 이에 힘입어 알리바바와 징동닷컴, 라쿠텐의 성장세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 이커머스 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100대 유통기업에 포함된 국내 기업 중 순수한 이커머스 기업은 SK플래닛(11번가), 쿠팡, 위메프 등 3개에 불과했다. SK플래닛은 33위를 기록하며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쿠팡은 57위, 위메프는 72위에 올랐다. 인터넷 강국이자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1위 국가의 성적표치고는 초라한 수준이다.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아태지역 이커머스 시장 규모를 1조 6000억 달러로 추산했으며 2023년에는 2배 가량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유통 맹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내 이커머스의 육성이 시급한 현실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이번 조사 결과를 눈여겨 보고 이커머스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 SK 등 대기업들이 앞장서 이커머스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번 조사에서 아태 100대 유통기업에 포함된 일본기업 상당수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이커머스 육성을 통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