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31일 “강 장관은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1일 오전 고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난달 4일 이후 이뤄지는 한일 간 첫 고위급 회담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2일 직전에 열리는 것이어서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강 장관은 회담에서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작업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고노 외무상은 관련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일본의 방침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미국이 중재에 나섰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한일 양국에 협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 체결을 촉구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분쟁 중지 협정으로 양국 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한일 양국이 협의할 시간을 벌어 사실상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걸 연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양국의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일 태국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 회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31일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의 2대 아시아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외무장관을 만나 양국 간 외교 마찰 해소를 위한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미국의 위대한 파트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양쪽에 바람직한 상황을 찾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이 미국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