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조성 계획에 자신의 안을 반영하고 광화문포럼이 제시한 안을 ‘패싱’한 것에 대해 “포럼 안은 실현 불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승효상 위원장은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화문포럼 안은 지하화를 통해 차량은 광장 지하로 다니게 하고 지상은 보행 위주로 하는 안이다”며 “일견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이미 광화문에는 지하철 노선이 3개가 있어 지하에 차가 통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포럼 안은 경비가 조 단위로 들어 실현이 어렵다고 덧붙인 그는 최근 선진국 설계 추세에도 포럼 안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승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서 차량과 보행을 분리하는 시도가 많이 이뤄졌지만 결국 차량은 정체되고,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문제도 발생했다”며 “선진도시에선 보행 위주로 도시를 만드는데, 이런 개념이 서구사회에서 지배적이고 도시공간을 다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문구를 내걸고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광화문포럼을 출범시키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광화문포럼은 시민 대상으로 설명회와 토론회 등을 거쳐 10개월 만인 2017년 5월 차도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모두 보행자 광장으로 만드는 안을 채택해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광화문포럼의 제안을 1년 가까이 검토한 뒤 2018년 4월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을 분리하고, 시민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이는 방안을 기본계획안으로 정했다. 2005년 제시된 승효상 안을 따른 것이다. 이후 이 기본계획안을 바탕으로 국제 설계 공모를 실시, 지난 1월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 설계 공모의 심사위원장은 승 위원장이었다.
승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금 진행되는 안은 2005년 때보다 더 진전된 안이다”며 “‘광화문 재조성안’에 대해 의견이 계속 나오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