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코스피시장이 지난 주말 고용지표 부진 등으로 하락한 美증시 영향에 조선업체들의 실적 불안감이 중첩되며 2%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 주요지수의 하락률이 0.5%내외에 그친 탓에 코스피지수는 약보합 수준에서 출발했으나,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에 대한 유럽선주들의 발주 취소 소식이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기관 매물이 조선주들에 집중되며 낙폭을 확대, 장중 한때 1530선을 위협받기도 했습니다.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한 코스피지수는 지난 금요일 대비 30.72p(1.95%) 내린 1543.05p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외국인이 967억원 순매도로 이틀째 매도우위를 보였고 기관이 2555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반면, 개인은 3338억원 매수우위로 대응했습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2177억원)를 중심으로 118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아시아증시 대부분이 하락한 가운데 한국과 중국 증시의 하락이 깊었습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림픽을 불과 4일 앞두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에서 테러가 발생한데 따른 불안심리와 8월 비유통주 물량 집중에 따른 수급불안 우려로 2.14% 급락하며 하루만에 2800선을 내줬고, 닛케이(-1.23%) 항셍(-1.70%), 가권(-0.36%)지수 등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조선株 쇼크
KT(3.84%)와 KTF(1.69%)가 합병 기대감으로 동반 강세를 펼치고 LG텔레콤이 3.66% 오르는 등 경기방어주 성격의 통신업종이 1.50%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미국 모노라인 업체들의 CDO 보증관련 불확실성 제거와 리먼브러더스 증권의 CDO 매각 협상 진행 등 신용위기 불안감이 완화된 영향으로 은행, 보험주들이 약보합권의 견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보합)와 LG전자(-0.47%) 등 IT 대표주들도 지난주 후반부터 강한 하방경직성을 유지하며 지수방어에 기여한 반면, 조선주들이 잇단 수주계약 취소 악재로 폭락세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금요일 장 마감후 현대미포조선(-6.58%)은 PC선 4척 수주계약 해지를 공시했고 대우조선해양(-13.85%)도 컨테이너선 8척 수주계약 해지를 공시한 바 있습니다.
시장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 마감후 공시는 조선주들의 하반기 실적 우려감을 증폭시켜 업종대표주 현대중공업(-10.41%)을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혔고, 삼성중공업(-7.91%), 한진중공업(-13.65%), STX조선(-5.94%) 등의 조선주들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들 조선주들의 급락은 오리엔탈정공(-8.65%), 평산(-7.85%), 한라레벨(-7.33%), 한국카본(-6.16%) 등 양대시장 조선기자재주들과 해운•기계•철강 등 중국관련주들의 투자심리도 냉각시켰습니다.
BDI의 급락과 함께 한진해운이 8.48% 속락한 것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5.78%), STX엔진(-10.67%), POSCO(-3.39%) 등이 약세를 기록했습니다.
지수가 급락하는 사이 개인투자자들의 매기는 일부 테마주들로 쏠렸습니다. 모헨즈(상한가), 동우(7.44%), 서호전기(6.37%), 토비스(2.96%) 등의 새만금 테마주들은 이번주에 예정된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 현판식과 새만금 사업 관련 3차 실무정책협의회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반 강세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선株, 세계 경기침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중국 증권가에서는 증시 열기가 달아오르자 200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상하이종합지수가 8천 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꼼꼼하신 분이라면 충분히 기억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금일 상하이종합지수의 종가는 2741.74 포인트입니다. 지난해 10월 중순 기록했던 6124 포인트와 비교해 본다면 반토막도 안되는 상태입니다.
올림픽 이후에나 조정다운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완전히 빗나간 셈입니다. 오히려 올림픽 특수가 기대되던 금년도부터 중국증시의 하락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됐고 지난 6월 붕괴된 3천 포인트는 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회복이 요원해 보입니다.
올림픽을 앞둔 테러 불안감이 오히려 중국 증시에 긴장감을 가져다주고 있는 형국입니다.
중국증시의 버블 붕괴에 대해 갑자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중국증시의 부진이 중국관련주들의 행보와 무관치 않기 때문입니다.
조선주들의 지난해 무서운 랠리가 온전히 실적만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차이나 모멘텀과 향후 조선경기 호황 기대감에 근거했다는 것은 대부분 증권사 리서치 부서에서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던 내용입니다.
지난해 일부 증권사들은 조선주들의 목표가 산정시 PER 30을 적용하거나 3년후의 대폭 호전된 예상실적을 데이타로 삼았습니다. 당해년도 실적을 기준으로도 PER이 10을 밑도는 기업들이 많은데도 불구, 유독 조선주들에 대해 이렇듯 과분할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부여했던 것은 '시세 순응'이라는 논리 때문이었습니다.
적정가치의 개념이 상대적일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시장에서 대부분 인정하는 조선주들의 적정가치 기준이 PER 30이라면 그에 순응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꺾이고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조선업 시황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면 역시 그에 순응해야 할 것입니다.
2010년을 넘어서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조선경기는 불과 다음해 상반기에 정점을 찍은 것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됐고, 하반기 조선업황 논란은 유럽선주들의 잇단 수주 취소로 '경기 하강'에 무게가 실리고 후판가 인상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도 점쳐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주들에 부여됐던 높은 프리미엄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됩니다. 일반적인 테마주들의 랠리와 지난해 조선주들의 랠리는 분명히 구분됩니다.
테마주가 단순한 심리적 요인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조선주들은 활발한 수주와 장기 호황국면 진입 등 테마주들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상승근거를 가지고 탄탄하게 오랫동안 올랐습니다. 그러나 상승근거가 사라지면 시장의 평가는 인색해지기 마련입니다.
조선업체들의 지난 주말 수주계약 해지가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으나, 조선주들이 세계 경기침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입증됨에 따라 향후 실적전망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낙폭이 과대한 조선주들이 제한적인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여지는 있겠지만, 주식시장에서 가장 기피하는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조선주들이 잃어버린 주가를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대중공업을 예로 들어보면, 하반기에 실적 악화없이 상반기와 동일한 실적을 달성한다고 낙관적으로 가정할 경우 PER은 대략 13 정도가 산출됩니다. PER이 10을 밑도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업종/종목대비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여전히 저평가라며 단순히 외국인들의 공매도 때문으로 하락 원인을 분석하는 시각이 있으나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물론 PER 13 자체는 고평가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체 시장평균 PER이 그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조선경기가 시장의 우려대로 침체국면에 들어선다면 조선주들에는 프리미엄이 아니라 할인율이 적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풍부한 수주잔고로 인해 향후 수년간 실적이 안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반박 주장을 펼칠 수 있겠으나, 지난해 경험했듯이 주가는 모멘텀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절대 이익규모가 아니라 현재 주가가 시장의 밸류에이션 잣대로 실적을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상대적 관점입니다.
대표적 중국관련주로 분류되며 지난해 5배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5만원을 찍은 이후 이날 27만원대로 추락했습니다. 정확히 반토막이 난 셈이며 중국증시의 하락률과 이제 어느정도 갭을 메운 상황입니다.
하락세는 어느정도 진정될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조선주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현국면에서 무리하게 추격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단기 모멘텀이 부재한만큼 "내리면 사야한다"는 식의 관성적인 매수전략 제시나 이번 수주계약 해지가 별 것 아니라는 식의 폄하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세계 경기불황은 소비심리와 신용시장을 위축시키고, 그 여파가 한때 안전하다고 생각됐던 IT업계에 이어 조선업계에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조선기자재주들에 대한 인식입니다. 조선기자재주라고 분류되는 종목들중에는 조선업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종목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 플랜트 비중이 높은 단조주들의 경우 실적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으며 조선주들과 향후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사업내용과 실적전망을 꼼꼼히 살피고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은 항상 옳다"는 증시 격언이 있습니다. 기관을 맹신하는 투자자라면 조선주들에 발이 묶인 자산운용사들이 많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할 일부 증권사가 조선주들이 9개월간 하락하는 동안 시종일관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의 몫이며, 모든 정보로부터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하는 것 또한 투자자의 책무입니다.
요컨대, 코스피시장이 주요 수급기준선을 이탈하며 불안한 흐름으로 마감됐으나 아직 수렴구간에 있는 미국증시의 동향을 좀더 체크할 필요가 있으므로 코스피의 이날 급락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지난해 조선주들의 무서운 질주를 통해 경험했듯이 주식시장은 과거의 실적보다 미래의 실적개선 전망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2분기 절대 실적수치가 좋더라도 향후 악화가 예상되는 섹터, 단순 낙폭과대주보다는 지금은 보잘 것 없더라도 턴어라운드 가시성이 높은 섹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터 안전한 섹터는 통신, 제약 등 일부 경기방어주들이며 향후 실적개선 여지가 큰 섹터는 IT, 자동차 정도일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방어주들에, 긴 안목에서는 턴어라운드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IT, 자동차군에 관심을 기울이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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