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경기 하남시와 고양시의 아파트 매매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하남 아파트값은 요즘 오름세가 뚜렷하다. 서울 강남권에서 촉발한 집값 반등세가 하남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하지만 고양에선 집값 상승은 딴 세상 얘기다.
하남시와 고양시에는 각각 3기 신도시인 교산신도시와 창릉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하남시 아파트 매매값은 22일 기준 전주 대비 0.38% 올랐다. 이달 들어 4주째 상승세다.
‘준강남’으로 불리는 하남 아파트 매매시장은 시차를 두고 강남권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인근 교산신도시 조성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강남 집값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9·13 부동산 대책과 '송파 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ㆍ총 9510가구) 입주 등 영향으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강남권 아파트값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자 하남시 집값도 뒤따라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남 아파트값이 반등하자 하남시 주택시장도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하남시 선동 J공인 대표는 “이곳 하남 미사강변도시 아파트값은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서울, 그것도 강남 집값과 같이 움직인다"며 "강남4구 중 한 곳인 강동구에서 가장 인기지역으로 꼽히는 고덕동과 가까운 게 강남과의 집값 동조화 현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남시 인근에 있는 강동구 고덕동 일대 주택시장이 신축 아파트나 입주 예정 단지를 중심으로 최근 들썩이자 하남시 집값도 영향을 받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들어 미사강변도시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도시 19단지 아파트는 이달 14일 전용면적 84.96㎡가 7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이는 지난해 9월 최고가 거래(7억2500만 원)를 뛰어넘은 신고가다.
선동에 있는 미사강변도시 9단지 전용 84.88㎡도 지난 6일 6억2000만 원에 팔렸는데, 지난해 12월 기록한 전고점(6억 원)을 넘어섰다. 이 아파트는 현재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가 6억2000만~6억 8000만원 선이다.
반면 고양시 주택 매매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이달 22일 기준 고양시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0% 하락해 수도권 평균(-0.01%)을 밑돌았다. 최근 6주로 범위를 넓혀봐도 고양시는 6월 10일(-0.10%), 17일(-0.12%), 24일(-0.8%), 7월 1일(-0.12%), 8일(-0.08%), 15일(-0.08%)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고양시 일대에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기 신도시(창릉지구) 조성 발표까지 겹치면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됐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고양시의 올해 입주 물량은 1만4458가구로 지난해(7360가구)의 두 배 수준이고 2017년(2288가구)보다는 5배나 많다.
고양 일산신도시 K공인 대표는 “고양시는 물론 인근 파주 일대에서도 아파트 입주가 대거 이뤄지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주택시장을 억누르고 있다”며 “일산보다 서울에 더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데 어느 누가 일산신도시나 인근 아파트를 매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고양시의 경우 인근 파주시와 마찬가지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파트 공급이 몰려 있어 당분간은 집값 약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