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 포드는 지난 5월 전체 사무직 지원의 10%인 7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짐 해킷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가 연간 6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8월까지 구조조정을 완료하겠다”고 천명했다.
GM은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과 캐나다 공장 일부를 폐쇄하고 직원 1만4000명을 줄여 총 45억 달러의 ‘실탄’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5년간 직원 7000명을 줄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부터 세계 유수 자동차 회사들이 잇달아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최대 3만 명이 감원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이렇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이유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 때문이다.
이렇게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마른 수건을 짜내는 중인데 우리나라 완성차 노동조합은 어김없이 과도한 요구안을 앞세워 경영환경을 옥죄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봉은 이미 독일 아우디와 폭스바겐 수준을 넘어섰다.
결국 과도한 인건비는 △원가 경쟁력 하락 △영업이익 하락 △완성차 생산 해외이전 등으로 이어지며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노조는 이에 게의치 않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공통 요구안대로 기본급 12만3526원(약 5.8%) 인상과 당기순익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 중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노조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명분까지 내세워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예컨대 협력사에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근절과 최저임금 미달 부품사에 대한 발주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9일 오전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는데 만약 파업이 가결된다면 8년 연속 파업을 겪게 된다.
최근 대형SUV 팰리세이드 판매호조와 원·달러 환율의 우호적 환경으로 인해 수익이 소폭 개선됐지만 파업으로 인해 이런 흐름의 맥이 끊길 수 있다.
기아차는 일찌감치 노사 양측이 요구안을 맞교환했으나 이견이 커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노조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금속노조 공통요구안(12만3526원)을 앞세워△기본급 인상 및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현대차는 순익 30%) △60세 정년 폐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 JD파워 신차품질평가에서 수위를 기록한 만큼 품질성과에 따른 격려금을 달라고도 요구했는데 사측으로서는 이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새로운 수당항목이 신설된다면 어떤 회사도 인건비 급증에 따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노조의 요구는 비합리적이다”라고 일갈했다.
르노삼성 역시 파업기간 못 받는 임금을 상생선언격려금과 임단혐 타결격려금 신설로 보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지엠은 회사가 수익을 못내고 있는데 성과금을 ‘1650만원’으로 못 박았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친 9249만 대로 전망된다.
내수 차시장은 오히려 1.1% 감소해 179만 대에 머물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잇따른 파업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실적 저하는 물론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 일환으로 202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을 규제할 전망이다.
친환경 차 제조기술에서 글로벌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체로서는 갈 길이 먼 데 매년 노조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형국이다.
김재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2017년 사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일수는 연평균 16.2일에 달했다”며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평균 8만3256대, 생산차질로 인한 손해는 1조7800억 원 수준”이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