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최악의 정쟁국회로 치달으면서 다양한 ‘불명예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95일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계류 기간으로는 역대 2번째다. 역대 최장 기록은 2000년 107일이다. 초유의 추경 처리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 이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입법기관 본연의 역할은 잊은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20대 국회는 이미 ‘역대 최악’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20대 국회의 법안처리 비율은 30%다. 역대 최저다. 17대 53%, 18대 49%, 19대 47%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2만1696건의 법안 중 처리 법안(가결·부결·폐기 포함)은 6462건에 그쳤다. 미처리(계류) 법안은 1만5234건에 달한다. 이 중 70% 이상의 법안은 단 한 차례의 법안 소위원회 심사조차 거치지 못했다. 그 어느때보다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 한 번 안된 채 폐기될 운명에 처한 법안이 수두룩하다.
미처리법안이 1000건을 상회하는 상임위는 모두 7개다. 행안위는 법안 접수 건수가 2353건이지만 처리법안은 337건에 불과하다. 미처리법안이 2016건에 이른다. 법사위는 미처리법안이 1454건(접수 1687건)이며 환경노동위 1395건(접수 1892건), 보건복지위 1410건(접수 2308건), 국토교통위 1212건(접수 1950건), 기획재정위 1199건(접수 1788건), 정무위원회 1133건(접수 1531건) 등이다.
내년 5월 29일 임기만료가 되는 20대 국회의 자동폐기 법안 숫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발의 법안은 2만5000건을 넘기고 이 중 1만 건 이상이 자동폐기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대 국회의 임기만료에 따른 자동폐기 법안은 모두 9811건으로, 발의된 1만7822건의 55.1%에 달했다. 18대 국회에서는 1만3913건이 발의돼 6301건(45.29%)이 자동폐기됐고, 17대 국회에서는 7489건이 발의돼 3155건이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는 ’동물국회 부활’에 ‘난장판 국회’라는 오명도 떠안게 됐다.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고발당한 현역 의원은 무려 109명(민주당 40명, 한국당 59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에 달한다. 과거에도 이런 무더기 고발사태는 있었지만, ‘동물국회’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었던 시절이다.
현재 윤리특별위원회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은 모두 43건이다. 2016년 10건, 2017년 9건, 지난해 3건에서 올해 5월 말까지 21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인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의미다. 실제 징계로 이어진 사례가 없다는 것도 진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