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인 이른바 '디젤게이트' 사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 차주들이 차량 구입대금의 10%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김동진 부장판사)는 25일 고모 씨 등 123명이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본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딜러 회사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디젤 차량을 제조하면서 엔진 성능과 연비 효율화를 위해 배출가스 저감 장치의 작동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2가지 모드로 설정돼 인증시험 모드에서는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하고, 통상주행 모드에서는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중단하거나 작동률을 낮추어 기준을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도록 만들어졌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15년 9월 배출가스를 배출량을 조작해 유로-5 기준을 통과하도록 설계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후 2015년 11월 국내에서도 정부가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된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15개 차종 12만 5515대에 판매정지, 과징금, 리콜 명령을 내렸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환경부의 결함 시정 명령을 받고 리콜방안을 제출해 2017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3회에 걸쳐 문제 차종의 리콜 계획을 승인받았다.
재판부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본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표시·광고에 나타난 배출가스 기준 충족, 친환경 디젤, 클린 엔진 등의 내용은 피해 차주들이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을 구매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표시광고법에 따라 거짓과 과장성, 기만성이 있는 광고로 소비자를 오인시키고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광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은 환경 오염적인 차량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대기오염 결과를 실제로 유발했는지와 무관하게 차주들은 운행자로서 불안정하고 불편한 심리 상태에서 자동차를 소유하고 사용했을 것"이라며 "차주들이 정당하게 누려야 할 소유물의 사용가치 중 상당 부분이 이미 훼손돼 리콜 조치만으로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딜러 회사 16곳에 대해선 민법상 매도인의 하자담보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디젤 차량이 관련 법규상의 기준을 충족하는 적합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통상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에 해당한다"며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은 관계 법령을 위반하는 요소가 있어 감독 기관의 인증을 받을 수 없었고, 매매목적물로서 갖추어야 할 품질을 갖추지 못한 것에 해당해 하자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 차주들의 계약 해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하자가 매매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불법 행위를 이유로 계약의 취소나 손해배상을 주장했다"며 "그러나 착오 또는 기망 행위와 차주들의 차량 구매 결정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표시광고법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 8월 13일 이전에 차량을 구매한 차주들은 재판상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의 제한 규정이 적용됐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아우디와 폭스바겐 측에 부과한 시정조치 명령에 대한 취소 소송이 상고심에서 확정되지 않아 이후 차량 구매자에 대해서만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접수된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12건(원고 총 948명)의 선고도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재판부는 "독일회사 책임 여부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에 따른 대법원의 판례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기일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