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기계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내 농기계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농기계에 들어가는 일본산 엔진ㆍ부품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농기계 시장은 1조4000억 원 규모다. 이 중 일본 브랜드인 한국구보다와 얀마농기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한국구보다는 지난해 매출액 1713억 원, 영업이익 112억 원을 기록했다. 얀마농기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814억 원, 영업이익은 105억 원이다.
나머지 70%가량은 국내 업체인 대동공업, 동양물산, 국제종합기계, LS엠트론 등이 점유하고 있다. 다만 국내 브랜드 제품이라고 해도 일본산 엔진과 부품 의존도가 낮지 않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출하는 농기계에서 엔진의 43%가 일본산이다. 여기에다 동양물산과 LS엠트론은 올해 초부터 각각 일본 이새키, 미쯔비시 농기계를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동양물산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일본산 농기계 수요가 높아져 이새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반도체 부품ㆍ소재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농기계 업계에서도 일본산 엔진ㆍ부품의 의존도를 중장기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이달 18일 농식품부와 비공개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시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내수와 수출 시장 모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일본산 엔진 비중이 높아서 정부에서도 국산 소재 개발을 활성화하는 방향이나 미국ㆍ유럽 등으로 다변화하는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농기계 업체들은 내수 시장 축소에 수출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추세다. 지난해 농기계 수출 규모는 10억4219만 달러로 2017년 9억 달러에서 15%가량 늘었다.
이 이사는 “수출 규모가 매년 10% 이상 늘고 있는데 국산 엔진을 탑재할 경우 성능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하고,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정부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갈등이 지속하면 한국구보다와 얀마농기코리아가 타격을 볼 가능성도 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일본이 세계무역기구 (WTO) 협정을 위반하고 나선다면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여러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반대로 대동공업을 포함한 국내 업체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다만 일본산 농기계에 대한 수요가 워낙 높아 불매운동으로 인한 수혜 영향은 미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식음료, 주류, 의류와 달리 고관여 제품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 점유율이 30% 중후반대에 달하는 대동공업의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당장 타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농기계도 비싼 제품은 1억5000만 원까지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현재는 불매운동에 대한 영향이 거의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