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파견 직원을 서면 약정서 없이 상품 진열 업무에 동원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롯데쇼핑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롯데쇼핑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계양점 등 20개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공간에 상품을 진열하는 데 총 118개 납품업자로부터 파견받은 종업원 906명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로 업무지원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고 위로금 명목으로 일당 3만 원을 지급했다.
이에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100만 원의 납부 명령을 했다.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규모 유통업자는 납품업체 종업원을 파견받아 업무를 시키려면 사전에 파견 조건을 서면으로 약정해야 한다.
롯데쇼핑은 “리뉴얼은 연간 수시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알고 있는 납품업자는 리뉴얼 공사 후 상품 재진열 업무를 포함하여 상품의 판매와 관리 업무를 파견 직원이 수행하도록 할 의사로 판촉사원 파견조건서를 작성하고 종업원을 파견했다”며 “그러므로 파견 종업원이 상품을 재진열하는 업무는 파견조건서에 규정된 상품진열 및 판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롯데쇼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납품업자가 롯데쇼핑과 같은 대규모 유통업자의 지배 영역에서 이뤄지는 작업에 자발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면서 종업원을 파견하고자 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고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납품업자가 파견조건서 체결 당시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경우에 그 비용까지 스스로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납품업자는 리뉴얼 과정에서 주도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고 리뉴얼 실행 직전에 롯데쇼핑으로부터 통보받고 동의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롯데쇼핑 주장대로 납품업자 대부분이 리뉴얼을 어느 정도 예측했더라도 적어도 파견요청서를 작성ㆍ제출하지 않은 과반수 납품업자는 리뉴얼 인건비 등을 자신이 부담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견조건서에 규정된 업무 범위인 상품진열 및 판매에 근거해서는 납품업자의 파견 종업원을 리뉴얼 작업에 종사하게 볼 수 없다”며 “롯데쇼핑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공정위의 처분 사유가 존재하므로 적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