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보호무역주의로 미중간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는데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발 무역보복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 여파를 가늠키 어렵다는게 한은의 상황인식이다.
◇ 한발 빠른 금리인하 이유는 = 경제 부진이 계속되면서 한은 금리인하는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실제 한은과 정부 당국자들의 입에서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발언들이 쏟아졌었다.
우선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조동철 위원은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신인석 위원도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결문안 결정에 이견을 표명하면서 7월엔 금리인하를 주장할 뜻을 밝힌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혀, 5월 금통위와 6월초 한은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던 입장을 바꿨다. 3일 한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고승범 위원 또한 “하반기 경기회복 믿음이 약화됐다”고 말해, 기존 매파(통화긴축)적 입장에서 매둘기(매파+비둘기파 합성어)로 돌아선 바 있다.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정과 통화정책이 적절하게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19일 임시국회에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통과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중간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는 도화선이 된 분위기다. 실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정부의 추경을 일부 반영하면서도 2.2%에 그쳤다. 이는 잠재성장률(2019~2020년, 2.5~2.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18일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성장률 하향조정의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교역둔화, 반도체 경기 조정 등 영향으로 5월 이후 전반적으로 수출이나 투자 등이 처음 기대보다 안 좋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금리인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한국과 일본과의 경제적인 연관성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 전망치가 추경을 일부 반영했음에도 부진하다.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보험성 인하 아니다, 연내 한번 더 인하에 무게 = 전격적인 금리인하와 비교적 큰 폭의 성장세 하향 조정이 맞물리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 연준도 연내 두 번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일본의 무역보복도 하방위험으로 작용하는 이상 4분기(10~11월)쯤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7월 금리인하로 한은 정책기조가 보다 적극적인 실물경기 지원이 됐다. 특히 금리인하의 원인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소재수출 금지 같은 불확실성 등 우리가 통제 불가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연내 동결 가능성을 점쳤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다”며 “연준이나 한은의 금리인하 횟수도 대외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냐 아니냐라는 조건부라는 점에서 연내엔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