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배분받은 중국행 노선에 취항하려는 항공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미 인천, 김포공항에 들어갈 슬롯이 다 찼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 자국 공항의 슬롯을 내주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공항의 슬롯이란 항공기가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말하며 좋은 날짜와 시간대를 확보해야 모객에 유리하다.
18일 공항 슬롯 관리를 담당하는 ‘항공 공항 스케줄 사무소(KASO)’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의 인천공항 슬롯은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모두 차 있어 신규 노선 취항이 어려운 상태다.
인천공항의 경우 시간당 항공 수용 능력이 63대다.
슬롯 할당 시간은 국제선의 경우 한 대당 보통 100분이고 국내선은 절반인 50분 정도다.
국적사뿐만 아니라 외항사까지 인천공항으로 몰리면서 슬롯이 포화해 낮 시간대에 새로운 노선을 띄우기가 어려워졌다.
면허와 자동차는 있지만 운전을 못 하는 꼴이다.
항공사들은 결국 밤늦은 시간대에만 비행이 가능해져 울상이다.
이스타항공이 최근 취항한 인천-상하이 노선은 밤 9시 이후에 인천에서 출발해 우리 시각으로 밤 11시에 현지에 도착한다.
중국에서 돌아올 때도 밤 11시에 출발해 새벽 2시 30분경 인천에 도착한다.
상하이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승객들은 이러한 시간대의 노선을 타기 꺼리는 게 사실이다.
항공사 입장에선 승객이 선호하지 않는 시간대에 노선을 만들어 수익면에서의 리스크가 있지만 황금시간대 슬롯을 확보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제주항공은 지방공항인 대구공항과 무안공항을 제2베이스 공항으로 두면서 슬롯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탑승률이 인천공항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중국과의 마찰도 골칫거리다.
중국이 자국 항공사들의 인천국제공항 슬롯을 늘려달라며 신공항인 다싱공항 슬롯을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다싱공항은 세계 최대 규모로 9월 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운수권 배분 협상 과정에서 신공항인 다싱공항에 대한 운수권 배분도 확정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각각 주 4회, 3회씩 운항권을 확보했지만 공항이 개항한 후에도 항공기를 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뜩이나 일본행 여행객 수 감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활로가 되어야 할 중국 노선마저 막혀버릴까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에선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슬롯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적사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중국 다싱공항 슬롯에 대해서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