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에 도전하는 궈타이밍 전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회장의 꿈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중 융화 노선인 대만 야당 국민당은 이날 당 공천 후보자를 결정하는 경선에서 한궈위 가우슝 시장이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경선은 8~14일 7일 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의 지지율로 결정했다. 총 5명이 출마했는데, 한 시장과 궈 전 회장이 마지막까지 맞붙었다. 궈 전 회장이 한 시장을 맹추격했으나 결과적으로 한 시장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이겼다. 한 시장은 44.8%를 얻어 궈타이밍(27.7%), 에릭추(17.9%) 전 타이베이 시장을 큰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한 시장은 28일 국민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국민당 대선 후보로 공식 결정된다. 앞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역시 여론조사 방식으로 차이잉원 현 총통을 차기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내년 대만 총통선거에서는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현 총통과 국민당 소속 한 시장이 맞붙게 됐다.
이번 당 경선에서 후보가 정해지면서 궈 전 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대만 최고 부호로 애플의 주요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훙하이 창립자인 궈 전 회장은 지난 4월 총통 선거에 출사표를 던져 주목 받았다. 이어 6월 주주총회에서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주주총회에서 궈 회장은 이사직을 유지하되 기업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총통 선거 출마 선언 직후 궈 전 회장은 사업가 출신이라는 배경과 그간의 발언들로 ‘대만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으며 총통 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한때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현 총통의 두 배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당 경선에서는 한 시장과 당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자금력을 앞세워 TV 광고로 공세를 펴는 궈 전 회장에 대해 유권자들의 반감이 커졌다. 반면 청과물시장 경력을 앞세우며 ‘서민 총통’을 자처한 한 시장은 경제 격차 확대에 불만을 가진 일반 시민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일각에서는 한 시장에 밀린 궈 전 회장이 국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당은 이날 당의 결속을 위해 경선 후보 전원에게 기자회견 참석을 요청했지만 궈 회장은 불참했다.
만일 궈 전 회장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국민당의 분열로 차이잉원 현 총통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