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4구’ 중 막내로 불리는 강동구. 이곳에서도 주거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고덕동 주택시장이 요즘 이상하다.
올 연말까지 1만 가구가 넘는 '입주 폭탄'이 예고된 가운데 아파트 전셋값은 떨어지고 있지만 매매값은 상승세가 가파르다. 통상 매매ㆍ전세시장은 같이 움직이는데, 이곳 고덕동은 완전히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 전셋값 약세 뚜렷
업계에 따르면 고덕동 일대에서는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가구 규모)를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1만4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전세 물건이 넘쳐나면서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입주한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 전용면적 59㎡ 전셋값은 4억~4억 5000만원 선으로 한달 전보다 2000만원가량 내렸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고덕 그라시움'도 전셋값이 하락세다. 전용 84㎡의 경우 4억9000만~5억원 2000만 원대 매물이 적잖게 나와 있다. 지난달 말보다 1000만원가량 내린 것이다.
주변 기존 단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 '고덕 아이파크' 전용 59㎡ 전세 시세는 4억 4000만~4억 5000만원 선으로 올해 초보다 많게는 3000만원 넘게 빠졌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물량 앞에 장사 없다'고 입주를 앞둔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많이 쏟아지다 보니 주변 아파트 전세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고덕동이 속한 강동구 아파트 전세시장은 하락세가 완연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 간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0.46% 떨어졌다. 지난 주에만 0.03% 내렸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새 아파트 선호+양도세 부담에 분양권 매물 '쑥'…매도 호가 '껑충'
고덕 그라시움 전용 84㎡(8층) 분양권은 이달 초 12억380만 원(6층)에 팔렸다. 작년 9월 고점 수준이다. 이 주택형이 지난달 11억4000만 원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6000여만 원 오른 셈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로열동ㆍ로열층은 13억원을 호가하고 있다”며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는 데 반해 양도세 부담으로 분양권 매물이 크게 줄면서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고덕동에서 이미 입주한 아파트 중 대장주로 꼽히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59㎡는 현재 9억 5000만원 선으로 한달 새 3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 확대 시행되면 서울에 주택 공급이 많이 끊겨 새 아파트의 가차기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반시설이 잘 깔린데다 학군도 좋은 고덕동 일대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촌으로 바뀌면 집값이 더 뛸 것으로 예상해 매물을 내놓지 않거나 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현재 짓고 있는 재건축 단지들이 모두 입주하면 고덕동 일대가 신흥 부촌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큰 만큼 아파트값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9510가구의 대규모 입주로 전셋값 하락이 점쳐졌던 '송파 헬리오시티'가 입주 초기 잠깐의 조정기를 거친 뒤 곧바로 상승 전환한 것처럼 고덕동 일대 전세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