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전후로 그리 달라진 건 없어요. 손님 수나 매출 모두 이전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12일 오후 1시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유니클로와 ABC마트 직원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하는 입장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는 말도 반복했다.
하지만 매장의 분위기는 직원의 말과 사뭇 달랐다. 넓은 유니클로 매장 안에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이 적었다. 옷을 슬쩍 보기만 하고 매장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대다수. 물건 값을 계산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ABC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손님이 적은 시간 대라 그럴까. 같은 시간 인근에 위치한 국내 SPA 브랜드(일괄 제조ㆍ유통하는 전문 소매점) 매장 분위기는 달랐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건 물론, 옷을 입어보려는 사람들로 탈의실은 만석이었다. 계산하는 줄도 이어졌다. 지하에 있는 다른 신발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직원에게 신발 크기를 말하고, 신어본 뒤 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향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현장에서 본 유니클로ㆍABC마트는 손님의 발길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는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1일부터 4일까지 백화점에 입점한 유니클로 전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2~5일)과 비교할 때 17% 감소했다.
다른 매장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각 매장마다 일 목표 매출액이 있다"라고 말한 뒤 "손님이 줄어들면서 목표 매출액도 낮춰졌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전날 매출이 800만 원이었는데, 이는 (통상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국내 업체는 크고 작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습이다. 고속터미널역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한영숙(42) 씨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유니클로를 들어가다 말고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SPA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유진웅(29) 씨도 "불매운동 전후로 매출을 집계하지 않아 수치로 비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일본 기업 매장에 비해 손님이 더 많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일본 브랜드 업체의 고객 감소와 매출 하락을 오롯이 불매운동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국내 SPA 브랜드의 가격과 품질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유니클로나 ABC마트를 찾을 이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강남에서 만난 오준우‧서민지(21) 씨는 “불매운동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겠지만, 그보다는 가성비가 떨어져 요즘은 잘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SPA 브랜드와 유니클로는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꽤 차이 난다"라며 "국내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체재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현장은 복잡하게 얽힌 현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유니클로 한 관계자는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계절적 요인, 현재 경기 국면, 경쟁 업체의 영업활동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와중에 불매운동까지 일어나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손님 수 감소와 매출 하락이 모든 매장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유니클로 측은 공식적으로 "불매운동과 매출 하락에 대해 할 말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유니클로 PR팀은 기자의 질문에 "1년에 한 번 매출을 집계해 공개하는 것 말고는 따로 관련 내용을 전하기 어렵다"면서 "개별 매장의 매출 하락에 대한 내용도 밝히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