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1일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ISTEC는 1989년 설립된 비정부기관으로 안보전략물자 수출 통제 관련 이슈를 연구하는 곳이다.
하 의원이 CISTEC으로부터 입수한 ‘부정수출사건개요’ 자료를 살펴보면 일본에서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30건 넘는 대북밀수출사건이 발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일본이 핵개발·생화학무기에 활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가 포함돼 있었다.
하 의원은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했다. 1996년 1월 오사카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나트륨 50kg을, 2월에는 고베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수소산 50kg을 각각 탁송품으로 선적해 북한에 불법적으로 수출했다. 이들 물질은 화학·생물무기의 원재료 및 제조설비 등의 수출규제인 호주그룹(AG)의 규제대상이라고 하 의원의 설명이다.
2003년 4월 직류안정화전원 3대가 허가 없이 태국을 경유해 북한에 넘어간 사례도 있다. 당시 일본 경제산업성은 핵무기 등의 개발 등에 이용할 우려가 있다며 북한에 수출하려면 수출 신청을 해야 한다는 통지를 했지만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수출했다. 2004년 11월에도 주파수변환기 1대가 화물 항공편을 통해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넘어갔다.
아울러 수출 규제 품목인 3차원 측정기 2대도 2001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일본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되기도 했다.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의 제조에 활용되거나 미사일 운반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품목이다. 이렇게 수출된 측정기 2대 중 1대는 재수출돼 리비아 핵 개발 관련 시설 안에서 발견됐다.
하 의원은 “최근 일본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대북전략물자 밀수출설’과 같은 음모론과는 구별되는 ‘일본의 전략물자 대북밀수출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며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셀프 블랙리스트 국가를 자인한 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