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보복하면 韓 피해가 日보다 훨씬 커…최대 수혜국은 중국”

입력 2019-07-10 14:00 수정 2019-07-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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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 세미나 개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대응해 한국 정부가 대(對)일본 수출 규제라는 보복 카드를 꺼낼 시 우리 기업과 경제에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복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한국 기업의 자리에 일본 기업이나 수출기업이 빠르게 진입하며 오히려 우리 기업들의 타격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된 전경련 주관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일본의 무역규제와 이에 대응한 한국의 보복여부에 따른 시나리오에 대한 모의 실험을 통해 한일 무역분쟁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하여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일본 수출규제만 존재할 경우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한국의 GDP는 2.2% 감소하는 반면 일본의 GDP는 0.04%만 감소하며 피해규모의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수출규제로 대응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GDP가 3.1%, 1.8% 감소하며 손실이 확대된다. 만약 기업이 물량 확보에 실패하여 부족분이 45%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GDP는 4.2%~5.4%로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나며 부족분이 그 이상이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 커진다.

특히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GDP 감소폭은 줄어들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일본 내수기업 또는 중국 기업 등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보복을 할 경우 한국의 GDP도 일본의 GDP 감소폭만큼 감소하는 죄수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복보다는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해결이 요구된다”며 “누가 덜 손해를 보느냐를 가지고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수단으로 수출규제를 이용한다면 양국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한일 무역분쟁이 확대된다면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번 사태로 미국의 GDP 증가는 미미한 수준(0.03%)이지만, 중국의 GDP는 0.5~0.7%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전자산업을 주도하던 한일 양국이 차질을 빚으며 중국의 시장 지배력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생산이 20.6%, 일본의 생산이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하게 된다.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도 진행됐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소재 수입 승인절차가 90일이 소요되더라도 허가만 된다면 최근 불황으로 인한 반도체 칩 및 소재 재고 소진과 생산량 감축 등을 통해 생산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일본이 승인자체를 불허할 경우 산업 전반의 차질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제품의 거래처를 변경하거나 국내 중소기업을 통해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서 이 연구위원은 “산업 특성상 같은 스펙의 제품이라도 거래기업을 변경할 경우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무역규제가 완화될 경우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선뜻 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일본에 100% 의존하는 프리미엄 핵심소재는 특허 이슈로 인해 국산화가 어렵다는 데 동의하면서 국내기업이 이달 초부터 일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추가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생산차질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의 근본 원인을 정치외교적 실패라고 규정하며 ‘보여주기’식으로 보복대응을 섣불리 하는 대신 양국 정부간 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통상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리체계가 깨진 데 있다”라며 “정치·외교적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산업무역 구조상 한국이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맞대응 확전전략은 국민들에게‘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으므로 대화 의제를 발굴해 한일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또한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자제 논의는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데다 또 다른 보호주의 조치로 인식돼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명분과 실리 모두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외에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생태계 전반에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며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생산성 저하로 이미 성장이 둔화된 한국경제에 새로운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권 원장은 “기업 신용강등이나 성장률 저하에 이르기 전에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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