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대외여건 악화에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P) 낮췄다. 이는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전제로 한 전망으로,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실제 성장률은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3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9~2020년 경제전망이 담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올해 2.4~2.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지난해보다 각각 4.0%, 2.8% 줄고 수출(통관)도 5.0% 감소할 것으로 봤다. 그나마 민간소비가 2.4% 늘며 증가세를 유지하고, 취업자 증가 폭도 20만 명대를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제시했다. 당시에는 건설투자(-2.0%)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1.0% 늘고, 수출도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수출이 곤두박질치자 전망을 대폭 수정했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생각보다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했는데,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수출과 투자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도 심상찮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하락으로 이어진다. GDP 디플레이터는 당해연도 가격(경상)으로 계산한 명목 GDP를 기준연도 가격(불변)으로 계산한 실질 GDP로 나누고 100을 곱한 값으로, 우리 경제의 종합적인 가격수준을 나타내는 거시경제지표다.
이 국장은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서 GDP 디플레이터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다”며 “기조적으로 내려갈 것이냐를 보면 아직까진 (반도체 등) 특수한 상황이 많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GDP 디플레이터 하락은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KDI는 5월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경제동향’에 부록으로 수록한 ‘최근 GDP 디플레이터 변동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정규철 연구위원)’ 보고서에서 “경기 부진에 따라 실질성장률이 축소될 우려가 높은 가운데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낮게 유지될 경우, 산술적으로 경상성장률도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경 처리 시점도 변수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추경 효과는 7월 통과돼 집행되는 걸 전제로 한다”며 “늦어지면 이것(전망치)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전반적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률도 2.6%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가 2.8% 증가로 전환되고, 수출은 2.1% 늘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를 전망했다. 이 국장은 “내년 전망은 세계 경제가 큰 변수인데, 대부분 국제기구가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봤다”며 “반도세 업황도 늦어도 내년엔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