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대규모 정규직 전환으로 인재 껴안기에 나섰다. 특히 홈플러스의 이번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대졸 공채와 같이 승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조치란 평가다.
홈플러스는 무기계약직 사원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발령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홈플러스 전체 임직원 중 약 62%에 달하는 인원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홈플러스홀딩스㈜ 등 홈플러스의 전체 임직원 2만3000여명 중 정규직 비중은 99%(2만2900명)를 기록하게 됐다. 비정규직(단기계약직) 근로자는 불과 1%(228명)만 남았다.
임일순 사장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1만4283명 뿐만 아니라 함께 홈플러스 가족 모두에게 뜻깊은 일”이라며 “지난 22년간 함께 회사를 일궈온 임직원들이 영광스러운 새로운 시작, 그 출발점에 서게 된다는 것은 홈플러스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임과 동시에 회사의 미래를 견고하게 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규직 전환은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령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홈플러스는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직급인 ‘사원’ 1만4283명을 전원 ‘선임’으로 발령냈는데, 이 같은 ‘조건 없는’ 정규직 전환은 국내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한 승진에서도 기존 관리직 직원과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점은 파격적이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은 기존 정규직의 직급체계와 승진 프로세스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선임으로 5년간 근무하면 주임으로 직급이 상승되고, 4년 후에는 대리로, 그 이후에는 근무 평가와 근속년수에 따라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됐다.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는 POS 작업을 주로 하는 계산원 등과 대졸 공채 직원 등 관리직을 구분하던 대형마트 업계에서 유례없는 조치다. 대형마트들은 통상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로 나눠 발표한다. 이때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는 관리직과 무기계약직 등이 포함되고, ‘기간제 근로자’에는 단순 아르바이트 등이 속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형마트들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근거로 정규직 100%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전체 2만618명의 직원 100%를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발표했다. 이 중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 미만을 일하는 단기간 근로자는 414명이지만, ‘기간제 근로자’는 없다. 계산원들은 회사 측에서 정규직으로 주장하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속한다. 대신 내부적으로는 대졸 공채 등 관리 직원과는 다른 직군에 속해 승진 등에 제약이 뒤따랐다. 이 영향으로 여성 직원의 연평균 급여는 2700만 원으로 남성 직원(5100만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롯데마트의 경우에도 작년 전체 1만3368명의 직원 중 ‘기간제 근로자’는 7명에 불과하다. 표면적으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100%에 육박하지만 이들 중 단시간 근로자는 총 8735명으로 전체의 65.3%에 해당한다. 특히 남자 직원(3803명) 중 단시간 근로자(376명)는 9.9%에 불과하지만, 여자 직원(9558명) 중 단시간 근로자(8359명)는 87%에 달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캐셔 업무를 맡고 있다. 실질적으로 관리 직군과 구분돼 관리되는 셈이다. 또한 여성 직원의 연평균 급여는 3024만 원으로 남성 직원(5364만 원)의 56% 수준이다.
특히 홈플러스의 이번 조치는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측면에서도 파격적으로 평가받을만 하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임금 인상률은 7.2%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 사장이 인건비 부담보다는 인재 끌어안기를 통해 어려워진 경영 여건을 극복하자는 장기적인 안목을 제시한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