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주요 20개국(G20) 1분기 잠정 성장률(전 분기 대비)에 따르면, 한국은 성장률이 공개된 17개국 중 16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은 -0.4%로 2017년 4분기(-0.2%) 이후 5분기 만에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올 1분기 성장률은 2008년 4분기 -3.3% 성장률을 기록한 이래 10여 년 만에 가장 부진한 성적표다. G20 국가 중 한국보다 성장률이 낮은 나라는 제조업과 광산업 부진으로 장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0.9%)밖에 없었다.
OECD가 5월 발표한 ‘OECD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OECD 회원국 35개국 가운데 아예 꼴찌였다. OECD 회원국 중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멕시코(-0.2%), 라트비아(-0.1%), 노르웨이(-0.1%), 칠레(-0.02%) 등 다섯 나라뿐이었다.
한국이 부진에 빠진 사이 신흥국들은 성장동력을 유지했다. G20 국가 가운데는 중국과 인도 경제가 나란히 1.4%씩 성장하며 가장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 터키(1.3%)와 인도네시아(1.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셰일 호황과 무역 전쟁 등으로 공격적인 경제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역시 0.8%로 5위에 올랐다.
시야를 OECD 회원국 전체로 넓히면 동유럽 국가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올 1분기 1.5%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OECD 내 성장률 1, 2위에 올라섰다. 두 나라를 포함해 리투아니아(1.0%), 슬로바키아(0.9%), 슬로베니아(0.8%) 등 OECD 성장률 상위 10개국 중 5곳이 동유럽 국가다. 저렴한 인건비가 강점인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의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국가와는 달리 한국의 성장동력이 앞으로도 회복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심각하다. 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4%로 지난해(2.7%)보다 0.3%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잡은 2.6~2.7%보다 0.2~0.3%P 낮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3.2%)와 비교해도 0.8%P 밑돈다. OECD 전망이 맞는다면 올해 성장률은 2012년(2.3%)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다른 대내외 기관의 전망도 비슷하다. 최근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은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4%로 낮췄다. 국제 신용평가사가 예상하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더욱 비관적이다. 피치는 2.0%, 무디스는 2.1%를 예상했다. 대외 경제 여건 악화와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 부진이 악영향을 미쳤다.
세계 경제가 둔화하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들도 있다. 폴란드는 올해 4.2% 성장하며 OECD 회원국 중 최고 성장률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와 아이슬란드 등의 예상 성장률도 각각 4.0%, 3.9%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국이다. OECD는 미국이 올해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노믹스를 앞세운 미국은 지난해 한국과의 성장률 경쟁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대내외의 예측대로면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6.2%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소비, 투자가 모두 안 좋은 데다 그나마 괜찮았던 수출까지 막혀가고 있다”며 “인적자원 개발과 기술력 향상에 투자를 집중하고 업종 특성에 맞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