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들이 활동하는 사회를 ‘금융계’라고 부르며, 다른 말로는 ‘금융시장’이 있다. 금융시장에는 자금이 이뤄지는 시장이란 추상적인 의미도 있다. 이런 단어를 포괄해 연구하는 분야는 ‘금융론’이라 한다. 금융인 또는 금융기관 등 가장 포괄하는 단어로는 ‘금융권’이 있으며 언론은 대개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금융과 관련되지 않는다는 뜻의 ‘비금융’이라는 단어도 존재한다. 금융과 관련된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니 금융이란 특정 영역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특권적 단어처럼 느껴진다.
일반 기업을 금융기업이라 부르지 않듯, 금융권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을 우리는 금융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도 작은 이자라도 받기 위해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지출하면서 대출을 받는 데도 말이다. 금융이 금전을 유통하는 일이라면, 우리는 모두 금융에 일조한다. 그런데 일반 국민이 은행에 가면 금융인 대신 ‘고객’이라 불리고 금융감독원을 찾아가면 ‘민원인’이 된다. 아무도 금융고객 혹은 금융민원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은 전부 ‘비금융인’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일가족이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 때문에 불어난 이자가 한 달에 250만 원에 육박했다고 전해진다. 분명 죽음에는 금융이 존재한다. 그럼 금융이 범인인가. 한편으론 이들을 구제할 금융제도는 있었으니, 어쩌면 금융에 책임은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책임지는 존재가 없으니 죽음의 이유에 금융이 있어도 아주 개인적인 비극이라고 여기면 된다. 어차피 그 죽음을 설명하는 단어에는 금융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