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관성으로 경제 주체들에 예측 가능성 부여해야”
김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가진 기자들과의 상견례에서 “공정경제를 먼저 한 뒤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현 정부 경제정책 기본 축인 이 세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갈 때 성과가 나온다는 게 제 확신”이라고 말해 일각에서 우려하는 재벌 개혁 중심의 공정경제 강화에 선을 그었다.
그는 “공정경제만을 생각하지 않고 공정경제가 혁신성장의 기초가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공정거래위 정책이나 다른 부처와 협업할 때도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상호 연결돼 선순환 효과를 내도록 지난 2년간 일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애초 ‘3분 인사말’과 간단한 질의응답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소통 강화’를 외치며 거의 30분을 할애했다. 특히 김 실장의 30분 발언 중 본인은 ‘경제학자’라는 말을 4차례 할 정도로 짧은 경제학 강의를 연상하는 얘기가 펼쳐졌다.
김 실장은 “정책실장 임명 뒤 가장 먼저 정책고객·이해관계자와 만나는 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며 “언론 외에도 국회, 재계, 노동계, 시민사회 등 크게 네 부류와 상견례 또는 인사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일관성을 통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필요한 정책을 보완하면서 유연성을 갖는 게 경제정책의 성공”이라며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의를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실장은 제도경제학파의 이론과 경제학자 케인스의 ‘사실이 바뀌면 내 마음을 바꾼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상황에 맞는 정책변화를 시사했다.
김 실장은 “경제정책은 시장경제 주체들에게 얼마나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문제에 대해 선언적 정답이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경제학자의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말은 시장 경제 주체들에게 예측가능성 부여를 위해 일관성을 가져야 하지만 그때그때 환경에 따라 경제정책들의 내용을 보완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도 정책실장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실장은 ‘본인이 케인스적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한 방향으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다”며 “제 생각을 가다듬는 데에는 케인스나 맬서스 등이 미친 영향도 크지만 애덤 스미스나 밀턴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책도 같은 비중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재벌 저격수’에서 ‘경제 팔색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재벌 개혁, 최저 임금 문제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예상한 질문이지만 전체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따로 말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실장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에 따른 노동계 반발에 대해 “그 역시 지금 진행되는 사안이라 답변하기 너무 미묘하다”며 “상대방이 있는 문제이고 말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정부가 많은 고민을 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