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미국의 에너지시장 장악과 패권경쟁

입력 2019-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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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미국이 2016년부터 원유와 가스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되었다. ‘셰일’ 가스와 원유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단가가 배럴당 60달러, 심지어 40달러대에 생산할 수 있는 유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16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자원과 시장 확보를 위한 식민지 경쟁으로 시작된 패권 다툼이 20세기에 들어서 동서 간 이념전쟁으로, 또 1970년대부터는 제조업 강국인 일본, 독일 간의 수출경쟁으로 전개되더니(결국 플라자 합의로 전쟁은 피했지만) 21세기에는 미·중 간 기술패권 쟁탈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미국이 원유과 천연가스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된 것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때부터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더 이상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눈치를 볼 일 없이 원유시장을 좌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희토류가 기술패권 경쟁의 중요한 무기가 되듯이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러시아, 베네수엘라와 같은 자원의존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통제권을 쥐게 된다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 전임 오바마 정부가 합의한 이란과의 핵합의(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를 철회한 이후 4월 22일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 국가에 부여한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예외조치(waiver)를 끝냄으로써, 이란은 1, 2위 수출품목인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이 막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부족분에 대한 원유 공급 증대를 공언함으로써 시장 가격은 바로 안정을 찾게 되었다.

미국의 에너지시장 장악은 패권쟁탈전에서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2018년 8월 7일과 11월 5일에 걸친 미국 정부의 2단계 대이란 제재 조치로 리알(rial)화 가치는 이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인플레이션은 40% 수준으로 상승하였으며, 생필품의 품귀현상으로 이란 국민들의 생활이 극도로 궁핍해지게 된 것이 그 증거이다.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이었던 유럽이 중국과의 경제관계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을 필두로 동맹 이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원유 패권의 장악은 미국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다시 세계 패권을 지킬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대외전략인 ‘일대일로’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로 중국이 지난 40여 년간 공들여왔다. 베네수엘라 역시 중국 남미전략의 거점으로, 중국은 2008년부터 베네수엘라 석유를 담보로 700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해 왔다. 동맹 차원의 또 다른 축인 러시아 역시 구제금융을 제공해준 대가로 베네수엘라 유전을 상당 수준 소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미·중 간 패권경쟁의 미래를 예측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동맹 확보 차원으로 보면 미국은 쇠퇴, 중국은 상승으로 중국이 유리한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쪽은 일본·캐나다·호주·영국·일본 정도이며 나머지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러시아, 북한은 중국 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금융 쪽은 아직도 미국의 힘이 왕성하게 미치고 있는 영역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원유 거래가 달러베이스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과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리저브의 상당 부분이 아직도 달러 또는 달러채권이며 결제시스템 또한 달러 중심으로 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미국의 에너지 시장 장악은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의 패권이 유지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20일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도 이런 측면에서 북핵 문제,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있을 G20 정상회의 때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과 함께 진행될 무역실무협상에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다 평평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중국의 전략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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