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인싸 따라잡기] ‘한국식 루프탑’ 옥상 노점식당 열풍…‘을지로 다전식당’·‘공덕 옥상휴게소’

입력 2019-06-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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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이요.”

어릴 적 TV 속 직장인들은 항상 퇴근 후 노상 포장마차에서 저렇게 외쳤다. 소주 한 병에 소박한 안주. 오가는 건배 속에 쏟아내는 오늘의 한숨. 소탈한 웃음, 멋쩍은 위로 뒤 어김없이 외치는 “여기 한 병 더요!”

취업 준비 시절… 미래의 직장인을 그리며 ‘TV 속 주인공들처럼’ 노상에서 즐기는 소주 한 잔에 대한 로망도 커져갔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나서야 그 로망의 ‘값싼’ 포장마차는 실제로는 ‘값비싼’ 곳임을 알게 됐다. 저렴해 보이는 안주 하나는 웬만한 식당 밥값을 훨씬 웃돌았다. 건배와 위로보단 그 앞자리 사람을 벗어난 집을 원했고, 뿌연 미세먼지는 발걸음을 돌리게 했던 것이 사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사진 한 장을 찍어도 예쁘게, 고급스럽게 나오는 루프탑과 펍, 음식점이 즐비해진 지금, 그 어릴 적 꿈꿔왔던 ‘로망’은 이미 날아가 버린 줄 알았는데….

그 노상 포차가 지상을 벗어났다. ‘힙’하게 돌아온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야외와 포차,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며 동료와 보내는 여유. 옥상에서 즐기는 포차가 인싸들의 행선지가 되고 있다.

거기다 야외 생활을 방해했던 지긋지긋한 미세먼지가 주춤한 덕일까. 시원한 밤바람이 부는 5~6월 늦봄·초여름은 그야말로 옥상 포차에서 술 한잔 하기에 딱 좋은 시기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국식 루프탑’. 핫하게 떠오른 을지로 ‘다전식당’과 공덕 ‘옥상 휴게소’를 소개한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을지로 다전식당은 서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 3가역과 2·5호선 을지로 4가역 중간인 세운 청계상가 3층, 옥상에 위치해 있다. 1960년대에 세워진 을지로의 오래된 상가 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인싸 식당’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20살이 훌쩍 넘은 ‘다전식당’을 찾아가면 ‘다전돈가스’라는 간판이 먼저 반긴다. 세월이 느껴지는 간판 아래에는 파란색 간이 식탁과 의자가 즐비하다.

평일 오후 6시, 분명 이른 시간인데 이미 사람들은 북적북적. 조그만 공간이긴 하지만 분명히 실내가 텅텅 비어있는데도 사람들은 야외에서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여기를 찾아온 단 하나의 이유는 이 옥상에서 밥과 술을 먹기 위해서니까.

인기 메뉴는 제주오겹살과 고추장 철판 그리고 수제돈가스다. 제주오겹살은 3만5000원 3인분을 기준으로 판매한다. 삼삼오오 모인 동료들과 친구들은 대부분 이 제주오겹살로 시작한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옥상 야외, 눈앞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고기, 절로 술이 들어간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들면 사장님은 또 새롭게 파란 식탁과 간이 의자를 꺼내 든다. 주변 옥상 일대가 파란색으로 가득하다.

다전식당의 밑반찬은 가게 안에 있는 찬 냉장고에서 반찬과 채소, 물 등을 셀프로 챙겨가는 시스템. 메뉴만 새롭게 주문하면 된다.

간판명에 적힌 돈가스도 빠질 수 없는 메뉴다. 절대 얇지 않은 한국식 경양식 돈가스. 또 추억을 회상한다. 낡은 건물, 낡은 간판, 추억 속 그 음식, 그 불판, 그리고 그 맛. 추억과 로망을 고기쌈과 함께 삼킨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공덕역, 마포시장의 핵인싸 포차. ‘공덕 옥상휴게소’도 이런 감성이 충만한 곳이다.

저녁이 되자 공덕역의 한 1층 건물 옥상이 그 어떤 곳보다 밝은 빛을 내뿜는다. 비좁지만 정겨운 계단을 올라가면 그야말로 신세계. 넓은 옥상이 사람들로 빼곡하다.

일명 ‘옥휴’로 불리는 이곳은 포차의 원형이다. 다전식당은 음식을 야외에서 먹으며 한 잔 기울이는 느낌이 강했다면, 옥상휴게소는 진짜 ‘술’을 먹으러 오는 곳이다.

김치어묵전골, 오돌뼈, 닭똥집, 두부김치, 계란말이, 오징어땅콩. 메뉴판만 봐도 확연히 다르다.

이곳도 기다림은 옵션이다. 기다림 끝에 자리가 나면 현금으로 보증금 3만 원을 건네야 한다. 먹튀가 많아 생긴 시스템이라고. 자리에 앉은 뒤 받은 종이에 테이블 번호와 안주, 술을 적어 제출한다. 이후 술과 휴대용 버너, 젓가락은 셀프바에서 챙겨오면 된다.

싼 가격은 아닌 안주지만, 이 정도 금액에 괜찮다는 평가.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변에 보이는 빌딩 숲,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공기, 끊임없이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이 집의 최고의 안주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아저씨 술이요 술! 포장마차, 소주, 닭똥집! 낭만 가득!”

tvN ‘도깨비’에서 막 20살이 된 지은탁(김고은 분)이 김신(공유 분)에게 신나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포장마차와 소주로. 20살의 지은탁에게 포장마차는 ‘낭만’ 자체였다.

왜 그렇게 그 모습이, 그 장소가, 모든 풍경이 그토록 ‘낭만’이고 ‘로망’이었는지…. 추억을 소환하는 레트로 열풍이 ‘힙’한 지금. 한때는 로망이었고, 낭만이었으며 추억이었던 곳으로 우리 모두 발걸음을 옮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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