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7일 “여러 자문사의 의견을 참조할 수는 있겠지만 투자자로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국민연금공단이) 스스로 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투자자로서) 의결권 행사를 위탁운용사에 맡기라는 주장이 있는데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모든 연기금은 의결권 행사를 직접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는 김 이사장이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사실상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올해 초 연기금·공제회의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일임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3월 공정거래 4개 기관 조찬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기업이 297개에 달한 상황에서 주주권 행사도 위탁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일본이) 위탁운용하니까 국민연금도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맡기라고 하는데, 그건 국내에서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위탁운용 실적이 좋으면 그렇게 하겠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건 다 위탁 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직접운용을 늘려야 하는데 거꾸로 ‘위탁을 늘려라, 의결권을 맡겨라’ 하는 게 누구 이해관계인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선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에는 해외 공적연금에는 없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다. 기본적으로 납입 보험료가 늘수록 급여액도 느는 ‘소득비례연금’이지만, 여기에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소득이 적을수록 수익비가 커지는 방식이 혼재돼 있다. 도입 당시 국민연금이 저소득층의 거의 유일한 노후소득 보장장치였던 시대상이 반영됐지만, 기여율(보험료율)과 급여액만 조정하는 모수개혁으론 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는 정액급여 형태의 기초연금(OAS)이 먼저 시행되고, 공적소득비례연금(CPP)과 소득보충보장제도(GIS)가 순차적으로 도입된 캐나다의 사례를 제시했다. 캐나다는 OAS 급여액이 CPP의 절반에 달하고 부족분은 GIS로 보전돼 CPP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불필요하다. 100% 소득비례형이기 때문에 기여·급여수준을 개혁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다. 김 이사장은 “저소득층에 유리한 소득재분배를 계속 유지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또한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국민연금 개혁안과는 배치된다.
그는 국민연금공단 및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에 따른 운용역 이탈에 대해 “일부에선 캐나다 연금개혁 투자위원회(CPPIB)의 반절만 배우라고 하는데, 거긴 대부분 직접운용이고 펀드매니저 1700명이 1인당 2000억 원 정도를 다룬다”며 “우린 300명이 700조 원, 1인당 2조 원이 넘는 기금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수인력을 채용하고, 오래 근무하도록 하고, 역량을 키워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좀 더 역량 있는 운용역을 채용·양성하기 위한 계획들을 실천하고 있고, 처우를 시장 최하위 수준으로라로 올리는 걸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