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핸드폰 주시죠”…신외감법에 달라진 회계감사 풍속도

입력 2019-06-17 13:59 수정 2019-06-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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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 웃돈 줘도 재감사 안맡는 회계법인 늘어..PA부터 포렌식까지 `감사 폭탄' 신풍속도

(출처=삼정KPMG 홈페이지)
(출처=삼정KPMG 홈페이지)

#. 작년 항공업계에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대형 이슈가 발생했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 재벌 항공사 총수의 개인 휴대폰에 담긴 연락 내역을 검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국 실제 조사까지 이뤄지진 않았지만 재계는 이를 신외부감사법 도입으로 달라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신외감법 시행 이후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1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4(삼일‧삼정‧한영‧안진)를 비롯한 대형 회계법인들은 정보통신(IT) 전문인력을 영입해 자체적인 디지털 포렌식팀을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포렌식은 핸드폰 통화나 문자 내역과 메일 등을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외주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지만 최근들어 회계법인내 아예 전담팀을 만든 것이다.

회계감사 결과에 따라 기업에서 외부감사인이 아닌 다른 회계펌에 개인자문(PA)을 요구하는 일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여기에 포렌식 감사까지 합쳐지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회계감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한다.

당초 디지털 포렌식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법이다. 회계법인이 검찰처럼 강제로 통화 내역이나 메일을 확인하고 계좌 추적을 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면 비적정 의견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응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빅4 회계펌 출신의 한 중견 회계사는 “신외감법 시행에 따라 배임과 횡령 건에 대해선 무조건 포렌식을 적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때문에 기업의 감사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재감사 비용은 일반 감사 비용의 3배에 달한다. 그런데 그런 웃돈을 줘도 거절하는 회계법인이 많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신외감법에 따라 감사를 잘못할 경우 자칫하단 형사책임까지 지게 되기 때문에 웃돈을 준다해도 거절하는 감사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여기서 PA와 포렌식감사를 요구하는 일도 빈번해져 감사비용은 크게 오르고 있다.

일례로 작년 영업이익이 5억원에 불과했던 중소기업 파티게임즈는 삼정회계법인에 재감사 수수료와 포렌식, PA, 자회사 재감사, 법무비용과 평가비용 등으로 25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한 중견 회계법인의 대표는 “앞으로 감사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할 것 같다"며 "대기업 역시 소위 '종합선물세트' 감사에 걸리게 되면, 수백억원의 감사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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