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겨우 2명인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마이클 블룸버그와 힐러리 클린턴 등 쟁쟁한 인물들이 출마를 포기했음에도 23명이나 된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군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노익장과 젊은 피, 그리고 여성이다. 제각각 추구하는 바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복지대국’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복지대국론을 주도하는 이는 노익장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샌더스는 2016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 후보와 마지막까지 맞붙었던 자칭 ‘민주사회주의자’다. ‘전 국민 고용’을 2020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그는 자신이 백악관을 차지하면 연방고용보장 정책을 실현, 공공사업을 통해 일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을 정부가 고용하겠단다.
실리콘밸리 사업가 출신인 앤드류 양(44) 후보는 한술 더 뜬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18~64세 미국민에게 연방 정부가 월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며 ‘기본소득 보장’을 내세웠다.
후보들의 공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타도 트럼프’는 기본에, 최저임금 인상과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대학 수업료 무상화, 학생 부채 탕감, 정부의 과감한 시장 개입, 대기업과 부유층 증세 등 유권자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할 만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뉴딜 정책’으로 대표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대를 모델로, 미국을 북유럽을 능가하는 복지대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후보들이 현재 미 연방정부 부채가 22조 달러(약 2경6000조 원)에 이른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은 전 국민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민간 주도 경제인 데다 실업률은 3%대로 낮은 수준이어서 당장 먹고살 만하다. 그런 파격적인 선심성 공약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다 인구 고령화와 창업 비율이 저하되는 등 미국 경제는 노화하고 있는데, 대선 후보들은 침체된 경제 활력을 어떻게 되살릴까에 대한 논의보다는 포퓰리즘만 남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유권자들도 이제는 후보들의 사탕발림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2016년 대선 때 돌풍을 일으켰던 샌더스의 경우, 주요 지지층이던 젊은 층의 지지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의 지지율은 35%로 민주당 경선 후보 중 1위를 고수하는 반면, 샌더스의 지지율은 18%로 2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서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미국인이라면 한국을 보길 바란다.
2017년 촛불 민심이 정권을 교체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 서민들은 당장 경제가 바로 서고, 권력과 자본의 유착이 없어지고, 일상이 행복해질 줄로만 알았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문재인 정권이 내세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무원 채용 확대,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다들 삶이 더 팍팍해졌다고들 한다. 실업률은 기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고, 고용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통계에서는 지난해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됐지만,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은 6년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4%였다.
정부가 최근 3년간 일자리 예산으로만 80조 원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늘지 않고 되레 근로소득만 줄어드는 상황. 그런데도 정부의 선심성 정책은 시리즈처럼 이어진다.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은 더는 입에 올리기도 싫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가파식 정권 운영에 세계가 살얼음판이다. 하지만 미국민 입장에서 보면 2016년 대선 판도를 뒤집었던 ‘샤이 트럼프’들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듬해 치러진 한국의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소중한 표를 행사했던 ‘샤이 보수’들은 매우 후회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