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도 세상사는 이야기] 에너지 전환, 에너지 안보

입력 2019-06-14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서울대 객원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에 따른 이란의 호르모즈 봉쇄 위협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국제원유 가격이 한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호르모즈 해협은 세계 원유 유통의 35%를 차지하는 요충 지역으로 위협이 현실화되면 국제 석유시장에서 유통량이급감하게 되고, 국제원유 가격이 단기간에 급상승할 우려가 있다. 이와 더불어 세계 4위의 원유 생산국인 이란의 원유 유통에 차질이 생겼는데 이를 대체할 다른 산유국의 증산이 없다면 국제유가의 추가적 상승이 불가피하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에 증산을 요청하는 트윗을 때때로 날린다.

국제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세계 경제가 좋아져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해 지속적으로 원유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이에 반해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에서 전쟁이나 소요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으로 수급 차질이 빚어져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다. 전자는 공급 확대나 다른 에너지로의 수요 대체가 이뤄져야 가격이 안정되므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는 불안요인이 해소되면 가격이 바로 정상화된다. 최근 상황은 이란이나 베네주엘라 등 산유국의 지정학적 요인에 기인한 바 크므로 위험이 정상적으로 관리될 경우 가격은 다시 안정될 것이다. 어쨌든 에너지의 40%를 석유에 의존하고 8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우리에게 이란은 매우 중요한 원유 도입 파트너이다.따라서 이란 제재가 장기화하고 예기치 않은 국제적 충돌까지 발생한다면 우리 경제가 맞이할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한편 국제 원유시장은 2014년 가격이 급락한 이후 산유국들의 가격 상승을 위한 생산 물량 조절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1970년대 자원민족주의 대두에 따라 원유 가격이 급등하였다가 80년대 들어 세계 경제의 장기적 불황에 이은 가격 급락 현상을 겪었는데 지금의 유가 동향은 당시와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는 것으로 일견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석유시장은 당시와 다른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70년대 석유파동 때는 국제적인 석유 현물이나 선물 시장이 발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입국의 입장에서는 주로 수출국과 양자 계약을 통해 원유를 도입하였고 중동에서 도입 차질이 빚어지면 바로 수급불안이 야기되는 상황이었다. 그에 반해 지금은 국제 석유시장이 발달했고 세계적으로 연계돼 일부 지역에서 공급 차질이 있어도 물량 확보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더구나 당시에 비해 주요 수입국들이 비상시에 대비한 전략유 비축을 강화하여 긴급 상황에도 급등 우려가 크지 않다. 오늘날 장기화된 시리아 사태, 리비아의 내전이나 베네주엘라의 정정 불안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유 가격이 급등 현상을 보이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의 급증으로 인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발돋움함에 따라 중동 지역의 전략적 가치도 변화하고 있다. 셰일오일이 본격 생산되기 전에 미국은 석유 소비의 4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였다. 따라서 중동 지역의 불안이나 원유 생산 지역에서 반미 정권의 대두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에 절대적 위협이 되었다. 그러나 셰일 혁명 이후 석유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면서 대(對)중동 전략도 변화를 보인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중동 지역 분쟁에 직접 개입보다는 세력 균형을 통한 간접적 관리에 주력하며 불확실성이 커지지 않도록 한다. 이제 원유가격 급변 현상은 오히려 산유국인 러시아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우려를 상대적으로 키우는 상황이 되었고 미국의 지렛대 역할은 그만큼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요즈음 국내에선 화석에너지와 원자력 의존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 추진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재생에너지의 개발에도 난관이 있는데 급속한 에너지 전환이 자칫 에너지 안보를 손상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처럼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 에너지 안보는 ‘적정한 가격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 정의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생산 국가와의 협력, 미래에 대비한 새로운 에너지 발굴과 비상시 대비 등 공급 위주의 대책을 마련해 왔으나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춰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에너지는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지속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자꾸 정책이 바뀌면 투자가 미뤄져 미래 수급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한편,국제정치나 경제적 환경 변화를 반영한 동태적 접근도 함께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에너지 정책의 급속한 변화보다는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점진적 방식을 채택해 왔으며, 다른 산업과 달리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가스 등 부문별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계획은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에너지 정책의 우선 순위 조정 등 방향 위주로 설정하고,정부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고 기본계획을 실현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보다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어떤 주담대 상품 금리가 가장 낮을까? ‘금융상품 한눈에’로 손쉽게 확인하자 [경제한줌]
  • 2025 수능 시험장 입실 전 체크리스트 [그래픽 스토리]
  • "최강야구 그 노래가 애니 OST?"…'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를 아시나요? [이슈크래커]
  • 삼성전자, 4년 5개월 만 최저가...‘5만 전자’ 위태
  • 고려아연, 유상증자 자진 철회…"신뢰 회복 위한 최선의 방안"
  • 재건축 추진만 28년째… 은마는 언제 달릴 수 있나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불허…“관련 법익 종합적 고려”
  • ‘음주 뺑소니’ 김호중 1심 징역 2년 6개월…“죄질 불량·무책임”
  • 오늘의 상승종목

  • 11.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6,546,000
    • +3.29%
    • 이더리움
    • 4,562,000
    • -1.49%
    • 비트코인 캐시
    • 598,500
    • -1.24%
    • 리플
    • 993
    • +9.24%
    • 솔라나
    • 301,400
    • +1.31%
    • 에이다
    • 801
    • -1.23%
    • 이오스
    • 783
    • +1.03%
    • 트론
    • 253
    • +1.2%
    • 스텔라루멘
    • 180
    • +7.14%
    • 비트코인에스브이
    • 79,800
    • -2.56%
    • 체인링크
    • 19,660
    • -0.86%
    • 샌드박스
    • 409
    • -1.4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