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주열 총재 금리인하 시사, 타이밍이 관건

입력 2019-06-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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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를 통해서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를 시사한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로 인한 세계 교역 위축, 반도체 경기 하강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리에 대한 한은의 입장 변화와 함께 시장에 금리인하 신호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금리인하의 필요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이 총재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에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아직 금리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는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왔다.

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낮췄다가, 2017년 11월 1.50%, 작년 11월 1.75%로 올린 후 지금까지 동결해왔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계속 악화하면서 수출, 투자, 소비 등의 지표들이 추락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았고, 4월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4월 이후 계속 ‘경기부진’을 경고하고 있다. 경기하방 위험의 장기화로 정부가 목표한 올해 성장률 2.6∼2.7%, 한은 전망치인 2.5%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고, 2%대 초반도 힘겹다는 암담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은의 금리정책 기조 전환은 시장의 기대에도 부응한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4월 이후, 10년 이상 장기국채 금리는 이달 들어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는 얘기다. 그동안 금리인하의 걸림돌이었던 미국(2.25∼2.50%)과의 금리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완화될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둔화 조짐과 관련해 그동안의 긴축적 금리인상 정책을 바꿔 조만간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리정책 운용이 경기 악화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경기 대책으로 금리인하만큼 빠르고 직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수단을 찾기 힘들다. 시중 자금공급을 늘려 기업 투자와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경기부양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금리인하의 적절한 타이밍이 관건이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시급한 상황이고 보면 늦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금리정책은 막대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는 부담으로 인해 합리적 운용이 발목 잡혔던 측면이 많다. 집값에 대한 우려로 거시경제를 놓치는 금리정책의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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