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인천공항 입국장면세점 "술밖에 살 게 없네요”

입력 2019-06-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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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심야시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사진=남주현 기자 jooh@)
▲5일 심야시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사진=남주현 기자 jooh@)

“궁금해서 물어물어 들렀더니 양주밖에 살 게 없네요.”

지난 5일 자정경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입국장면세점을 찾았다. 오픈 5일째인 이날 4번 수화물 수취 지역에서 짐을 찾은 후 입국장 면세점을 찾으려 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표지판과 안내판이 눈에 잘 띄지 않아 공항 직원에게 물어보고서야 6번 수취물 지역 근처에서 면세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제1 여객터미널에는 동편과 서편, 6번과 16번 구역 인근에 각 190㎡(약 57평) 규모로 하나투어 자회사인 SM면세점이 운영하는 입국장 면세점이 있다. 입국 게이트 맞은편이었지만 깊숙이 자리잡은 데다 기둥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출국장 면세점이 화려한 쇼핑가로 여행 직전의 들뜬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면, 입국장 면세점은 여행을 끝낸 아쉬움이 남은 고객을 맞이하는 차분한 분위기다. 일단 규모면에서 차이가 크다. 출국장 면세점이 소규모 백화점이라면, 입국장 면세점은 동네 대형 슈퍼마켓 느낌이다. 특히, 입국장 면세점은 입국 세관 건너편에 위치해 심리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입국장 면세점을 찾는 이들은 궁금해서 들렀다는 반응이 많았다. 배 모씨(37, 서울)는 “처음으로 입국장 면세점이 생겼다고 해서 들렀다”면서 “술과 화장품 등은 무게가 있어 여행 내내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입국하면서 사려고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이 모씨(40, 서울)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양주를 사려고 한다”면서 “할인 폭이 커서 살만하지만 매장 규모가 작아 구비된 상품 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5일 심야시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주류 코너(사진=남주현 기자 jooh@)
▲5일 심야시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주류 코너(사진=남주현 기자 jooh@)

입국장 면세점의 주요 판매 품목은 주류와 건강식품, 선글라스 등 액세서리, 화장품 등이다. 담배는 궐련형 전자담배 디바이스만 판다. 이 밖에 샤오미 청소기 등 부피가 큰 상품을 파는 것도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이용객들이 가장 몰린 곳은 주류 코너다. 특히, 발렌타인 21년산과 조니워커 블루 등은 30% 할인을 하고 있어 여행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렇게 되면 시중 판매가의 절반 수준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중국 술과 와인 등 기타 주류도 10%씩 할인 판매중이었다.

다만, 술은 별도 면세품으로 1병(1리터 이하 400달러 이내)만 면세가 된다. 면세점 관계자는 “대다수 고객은 양주 등 주류에 관심이 높다”면서 “담배를 팔지 않아 아쉬워하는 고객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담배는 입국 후 되팔기 우려가 높아 판매 허가가 나지 않았다.

▲5일 심야시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화장품ㆍ패션 코너(사진=남주현 기자 jooh@)
▲5일 심야시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화장품ㆍ패션 코너(사진=남주현 기자 jooh@)

심야시간 대에는 화장품과 패션 코너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겐 아쉬운 대목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된다. 다만, SM면세점이 운영하는 매장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만 화장품과 의류 등 패션 상품을 판매한다. 입국장 면세점 이용객들의 대부분이 주류를 구입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이 관계자는 “개장날 이후 꾸준히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앞으로 면세 한도까지 늘어난다면 더욱 붐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면세점 구매 한도 상향 필요성과 추진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한 조치다. 현행 내국인이 해외를 오가며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면세점 구매 한도는 3600달러(약 425만 원)이다. 이 중 입국 때는 600달러(약 70만 원)에 대해서는 세금이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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