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희의 뉴스카트] 이커머스만 배불리는 ‘의무휴업’

입력 2019-06-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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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부 차장

2001년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소비자들은 셔틀버스가 사라졌다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외면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중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연평균 성장률은 2~9%대였다. 셔틀버스의 운행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이 필요에 의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왜 당시 셔틀버스의 운행을 중단했을까. 셔틀버스가 사라지면 원거리 고객들이 인근 소매점과 재래시장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모 아니면 도’ 식의 논리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10여 년이 지난 2012년 정부는 제 2의 셔틀버스 정책을 내놨다. 유통산업발전법을 손질하며 다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이라는 빗장을 채운 것. 의무휴업은 도입 초기부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중소기업학회 의뢰로 경기 과기대 조춘한 교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상권 내 공생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방안’ 연구 결과 대형마트 반경 3㎞ 이내 상가들의 매출동향조사에서 의무휴업을 하지 않은 날의 매출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의무휴업일 매출은 91로 오히려 줄었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 재래시장의 매출까지 동반하락한 것이다. 이는 의무휴업이 공생이 아닌 공멸로 치닫고 있는 것을 대변한다. 이번 조사결과는 의무휴업일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는 것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최대 수혜자는 재래시장이 아닌 이커머스다.

소비자들은 의무휴업이 도입되자 재래시장 대신 이커머스로 대거 이동했다. 이커머스들은 앞다퉈 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하고 당일배송, 익일배송으로 무장하며 대형마트에서 멀어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이미 100조 원을 넘어선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에는 214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커머스를 제외한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이미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대형마트의 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4월 국내 26개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보다 3.5% 증가했지만 대형마트는 전년 대비 7.7% 감소해 조사 대상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2년 의무휴업이 도입된 첫해 전년 대비 3.3% 감소한 이후 지난해까지 7년째 역신장을 기록 중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보는 이커머스들은 재래시장의 설 자리마저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커머스는 다양한 유통 채널 중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에 규제에서 자유로운 장점 때문에 롯데, 신세계, SK 등 대기업들도 이커머스 투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까지 의무휴업을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규제한다고 이커머스의 편리함에 도취한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찾는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는 전형적인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재래시장, 자영업자를 살리고 싶다면 오프라인에 대한 규제 대신 이들이 온라인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yhh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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