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된 발언은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나왔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 자리에서 "야만성, 불법성 등 비인간성만 빼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협상을 맡았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을 숙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던 도중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지도자로서 조직과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신상필벌이 분명해야 하는데 김정은은 잘못하니 책임을 묻는다"면서 "남북관계와 핵미사일, 대미·대일 관계가 엉망진창이 됐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아무도 책임을 묻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힘없는 외교부 참사관 한 명을 파면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정책위의장은 "이런 사태를 놓고 문 대통령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제가 오죽하면 김정은은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는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낫다고 말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 일간지 기사 내용을 확인도 없이 기정사실화 한 것은 공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진중치 못한 경거망동"며 "정 정책위의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한국당은 정 정책위의장을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또한 곧바로 논평을 내고 "하다하다 별의별 막말이 등장한다. 이제는 국익을 넘어 이적행위"라며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에 비유하며 국가와 국민 전체를 모독한 자유한국당이 이제는 본인들이 김정은 위원장을 칭송하고 있으니 '북한의 수석 참모'가 따로 없다"고 반응했다.
민주평화당은 김정현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제1야당의 정책위의장이 이런 극단적 막말을 하다니, 한국당이 이성을 상실했다"며 "황교안 대표는 국ㅁ니에게 사과하고 정책위의장을 사퇴시킬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국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자리한 한 한국당 의원은 "그동안 전·현직 의원들의 발언이 여러 차례 논란이 되지 않았느냐"며 "총선 정국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당이 유권자들에게 막말당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역시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황 대표는 연석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발언의 취지는 정부가 책임감 있게 행정을 해야 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부적절한 측면이 많고 과한 부분이 있어서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한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공개 강연에서도 "말 한마디 잘못하면 국민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며 "지지율 변곡점에 서 있기 때문에 치고 올라가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니 실수하지 않도록 언행에 특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발언 당사자인 정 정책위의장은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는 데 대해 "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느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본질을 이야기하기 위해 비유를 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다르니 외교실패·외교 참사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달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