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년만에 금리인하 의견이 나온 가운데, 전문가들 9명 중 6명은 연내 금리 인하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한은 5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6개월째 동결했지만 조동철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이는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2016년 6월 이후 첫 인하 의견이다.
31일 증권사 9곳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의 결정에 부진한 국내 경기 여건과 대내외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았다.
허태오 삼성선물 CFA는 “이번 금통위는 ‘경기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을 인식하지만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 경과를 지켜보자’로 요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번 금리동결의 배경에는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와 시장금리 하락세 심화 등에도 불구하고 2분기 지표확인에 대한 필요, 선제적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필요성 부족,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와 미중 무역분쟁 악화 등에 따른 우려로 금리 인하 기대 형성되고 있다”면서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놓고 보면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은 아니”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기준금리 인하’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풀이했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전문가 9명 중 6명은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를 예측했다. 이들은 조동철 위원의 소수의견을 두고 금리 인하의 강한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조 위원은 이날 한은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수의견은 연내 금리 인하를 위한 강한 시그널”이라며 “4분기, 그중에서도 10월 중에 인하를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거시경제흐름과 금융안정상황 중 한 쪽에 추가 훼손이 나타날 경우 한은은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 시기는 재정효과와 하반기 경제지표를 한 차례 확인한 다음인 4분기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동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는 추가 경졍예산과 같은 재정저액 쪽에 우선 순위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4분기 금리 인하를 내다봤고,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중 갈등의 장기화, 하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 압력 등에 더해 이번 금통위의 소수의견을 감안하면 올 3분기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나머지 전문가들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상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7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 동결을 내다봤는데 예상보다 빨리 소수의견이 나왔다”면서도 “앞선 금통위의 결과들을 살펴보면 실제 금리 인하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허정인 NH선물 애널리스트는 “미중 갈등의 경우 연말에 이르러 끝내 합의할 것으로 본다”며 “이 경우 한은은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관망하며 교역갈등 전개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 또한 “소수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악화, 성장률 침체, 금융불균형 상황 등을 고려하면 연내 기준금리 변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