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재정건전성의 악화다. 정부는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 이내로 관리해 왔다. 재정 확대 정책을 펼 경우 정부의 국가채무비율 관리는 난관을 맞는다. 재정 확대 찬성론자들은 OECD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10%가 넘는다고 주장한다.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도 국제 수준으로 보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가가 처한 상황과 경제의 질을 무시하고 단순하게 채무비율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 경제의 경우 자생 기반이 취약하고 대외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국가 부채 수준이 낮아도 부도위험에 처할 수 있다.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이런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더욱 문제는 재정지출의 소모성이다. 재정지출이 단순하게 민생을 지원하는 시혜성 지출이 많아 예산 낭비 성향이 있다. 더욱이 선거를 인식한 정치적 선심 지출도 있다. 재정지출이 경제 위험을 높이는 역작용을 한다.
올해 정부는 470조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사용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그것도 모자라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산업발전과 경제성장보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저소득층 지원, 복지지출 확대 등에 치중한다. 이에 따라 나라 빚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국가 부채가 사상 최대인 1698조 원을 기록했다. 특히 공무원 증원이 많았다. 지난 2년간 정부는 4만2000명의 공무원을 뽑았다. 올해도 3만6000명을 늘린다. 재정 부담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향후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세수가 감소할 경우 국가가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이 500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그러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는다.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이 국가 부도 위험을 증폭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가 고용창출 능력을 잃어 실업이 늘고 있다. 소득 격차가 심해 빈곤층의 고통이 크다. 더구나 인구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제일 빠르다. 소득지원과 복지지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무분별하게 추진해 소모성 지출을 늘리면 경제불안과 재정 적자가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당연히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된다. 재정이 부실하면 국가는 위기 대응이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을 가정할 때 미래 재정 수요는 막대하다. 재정수요가 언제 폭발할지 몰라 정부가 빚을 질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저축을 해야 하는 나라다.
중요한 사실은 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생산적으로 펴 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하면 일자리와 국민소득이 늘고 세수가 증가해 오히려 국가 부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자금을 차입해 타당한 사업을 추진하면 이익을 내 빚을 갚고 주주의 재산을 늘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가 채무가 일시적으로 늘어도 재정을 확대해 경제도 살리고 재정건전도도 높이는 일거양득의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재정 확대의 전제조건으로 예산을 필요한 곳에만 쓰는 재정개혁을 서두르고 경제를 살리는 산업정책을 펴 재정 지출의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재정정책을 산업구조개혁, 신산업발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 등에 집중해 재정확대→경제회생→세수증가→재정안정의 선순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