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광고로 보는 경제] 70년대 3차 교육과정에서도 무한경쟁…‘스카이캐슬’은 영원히

입력 2019-05-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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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3차 교육과정이 처음 도입됐던 시절의 대학 입시 학원 광고다.

이런저런 차이점들이 보인다. 그러나 교육의 아주 본질적인 부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다른 점과 같은 점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이런저런 차이점

일단 한문이 정말 많다. 의아하게도 이땐 한문 과목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웬만한 문서에 한문 병기가 되는 건 기본이었던 시절이고, 이 당시 고교 졸업 후 대입을 준비할 만한 정도의 환경을 가졌다면 대체로 이 정도의 한문은 읽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학업에 뜻을 둔 이들의 기본 소양 정도라고나 할까.

혹시 독자 여러분은 아주 오래 전부터 구전돼 오는 국내 최고의 명문대에 손쉽게 입학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계신가 모르겠다. 그것은 바로 ‘국‧영‧수 중심으로 예습‧복습 철저히 공부하는 것’이다. 이걸 성공만 하면 손쉽게 입학할 수 있는 건 맞는데, 그 방법을 실행하는 게 그리 손쉽지 않다.

오래된 이 유머에서 보이듯 당시에도 국어, 영어, 수학이라는 3대 주요 과목은 지금과 다를 바 없이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는 위상을 확보하고 있었다. 다만 탐구과목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먼저 사회 과목은 ‘일사(一社)’라는 이름으로 줄여 불리우던 ‘일반사회’를 비롯, ‘국사’, ‘세계사’, ‘지리’ 등의 과목이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법과 정치’, ‘사회문화’, ‘경제’‘일반 사회’에, ‘한국지리’‧‘세계지리’‘지리’‘동아시아사’, ‘세계사’‘세계사’에 해당하고, ‘국사’는 여전히 ‘국사’였다고 볼 수 있겠다.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은 어디 갔냐고? 고교과목 중엔 이에 해당하는 과목이 없지만, 중학교 과목에 있었다. 과목의 이름은 ‘반공 도덕’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도덕에 대한 학습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황당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특정 이데올로기에 관한 내용이 ‘도덕’과 같은 반열에 놓여 교육된다는 게 더욱 충격적이다.

3차 교육과정은 1973년 도입돼 1981년까지 지속했다. 제4공화국, 흔히 말하는 유신정권은 1972년 성립돼 1980년까지 존속했다. 거의 시기가 일치한다. 유신체제는 공산주의자들의 야욕과 침탈로부터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정권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선 ‘도덕’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투철한 ‘반공 이념’이 체화된 산업 역군이 배출되기를 바랐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과학 탐구 과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물리‧화학‧생물‧지학(지구과학)이었다. 다만 이때는 Ⅰ‧Ⅱ로 세분화되지 않고 한 과목으로 통합돼 있었다는 차이가 있다. 원래 학문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는 법이다.

입시의 메카도 지금과는 장소가 다르다. 지금은 상당수의 입시학원이 노량진과 강남으로 이원화되어 학원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때는 입시학원이라고 하면 대부분 종로였다. 종로에 특별히 뭐가 있어서라기보단 교통이 편리하고 가장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기 때문. 지금의 종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스카이캐슬은 영원히

지금부터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얼마 전 상상을 뛰어넘는 상류층의 교육열을 다룬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바 있지 않은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한국 대학입시 특유의 ‘욕망’이 느껴지는 대목이 많다.

먼저 특수반종합반. 이건 특정 학원에서 쓰는 용어라기보단, 대다수의 학원에서 채택하고 있는 분류 방식이었다. 특수반은 입반 시험을 보는 상위 레벨의 학급이고, 종합반은 시험 없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반이다. 예시의 학원의 경우 예과반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학력지진학생완전학습반’이라는 열등반을 따로 개설해 두었다.

근데 잘 보면 상단의 특수반, 종합반, 예과반은 ‘고입’을 준비하기 위한 코스. 즉,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과정이다.(심지어 주간ㆍ야간이 있다) 하단을 보면 중1과 중2 학생들도 특수반과 종합반으로 나뉘어 중학 3년 내내 지속적인 경쟁을 펼쳐 나가야만 했다. 이때는 ‘고교 평준화’가 도입되기 전이었다는 것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지금의 입시학원도 이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웬만한 대형 입시학원에는 일반고반과 특목고반이 나뉘어있고, 특목고반은 외고나 과고, 혹은 자사고까지 명문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위한 특별반이 개설돼 있고, 여기에 속한 학생들은 더 많고 어려운 내용을 학습하게 된다.

이때와 지금의 차이라고 한다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경쟁에 참여하는 학생의 수가 지금이 좀 더 많고, 또 더 이른 나이에 참여해야만 한다는 정도.

무리수를 두는 홍보도 이때나 지금이나 있었다.

그 왜 요즘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보면 “노베이스 재수생, 하루 순공 17시간 고승덕 모드로 ◯개월 만에 ◯◯대 입학 가능?” 같은 덧없는 글들이 올라올 때가 있다. 용어 설명을 해드리자면 '수험생에게 요구되는 학업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노베이스)에서, 하루에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잡다한 시간을 뺀 순수공부시간(순공)을 17시간씩,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고승덕 전 의원만큼 집중해서 몇 개월간 공부한다'라는 뜻이다.

이게 왜 덧없냐면, 아까도 국내 최고 대학 가는 법에서도 설명했지만, 방법을 ‘아는 건’ 쉬운데 ‘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학원 홍보 차원에서 이런 식의 무리수가 쓰인다. 지금의 수학능력시험(1994년에 도입됐으므로 이 당시엔 없었다)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예비고사반이 ‘3개월’ 만에 완성된다고 한다. ‘대입단과반’의 경우도 각 과목을 1개월 만에 완성한다고 한다. 분량이 많지 않은 사회와 과학 과목들은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이전 학년의 학업성취도가 중요한 국‧영‧수 단과반은 어떻게 완성시켜주려는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다만 원래 세상 모든 광고라는 게 이 정도 허풍은 들어가는 법이다 보니 크게 문제 삼을 만한 정도는 아니긴 하다.

명문대 진학을 추구하는 끝없는 욕망도 눈에 띈다. 사진을 보면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서울대반, 고려대반, 연세대(서강대)반, 이‧숙대반 이라고 반을 분류해 뒀다. 가장 좌측에 서울대반이 있는 걸 보면 당시에 입결 및 사회적 인식 상의 대학 서열화가 어떠했는지가….

아니, 이런 부분은 기자도 잘 모르겠다. 보시는 분들께서 알아서들 판단하시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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