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X그룹이 해마다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수십억 원 대의 매출을 몰아주고 있다. 이른바 통행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PX그룹은 지주사 KPX홀딩스 및 진양홀딩스를 비롯해 총 32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장 사업회사로는 KPX케미칼과 진양산업, 진양폴리우레탄 등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계열사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다. 양준영 부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의 지분으로만 이뤄진 사실상 개인 회사로, 1987년에 설립해 부동산 임대업과 도매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62% 증가한 76억8641만 원, 영업이익은 2.83% 증가한 16억7107만 원이다. 500억 원이 조금 넘는 자산을 보유한 이 작은 회사의 특징은 그룹 지주사들의 지분 상당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올 1분기 기준 KPX홀딩스 지분 11.24%를 보유해 양규모 회장에 이은 2대주주다. 진양홀딩스 지분도 13.66% 보유해 KPX홀딩스(43.74%)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주사 위에 오너 개인 회사가 자리잡은 독특한 구조로, 이를 통해 오너일가도 막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96.04%로, 거래 대상은 한림인텍과 베트남 법인 등 계열사 두 곳이다. 내부거래보다 논란이 된 부분은 바로 KPX케미칼과의 매입 거래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KPX케미칼로부터 52억2638만 원 규모의 매입 거래를 했다. 이와 별도로 진양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베트남 폴리우레탄 제조업체 ‘VINA FOAM CO.,LTD’를 상대로 67억9473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계열사로부터 상품을 매입한 후 높은 값에 되파는 이른바 ‘통행세 논란’이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당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KPX케미칼로부터 약 46억 원의 제품을 매입하고 베트남 법인으로부터 62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2016년부터 최근 3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94.87%, 90.07%, 96.04%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95%, 47.08% 증가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통행세 논란과 관련해 KPX그룹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오너일가의 개인회사가 KPX케미칼의 물품을 구매 후 제 3의 계열사에 되파는 식의 통행세 취득을 한 게 아닌지 조사 중이다. 올 초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자산 2조~5조 원 규모의 중견기업에 대한 감시 강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KPX그룹은 해당 발언 이후 첫번째 대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