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 진행된 인수합병(M&A) 규모가 400조 원으로 최근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은 거래 건수 기준 11위를 차지해 제자리 걸음을 했다.
16일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 진행된 M&A는 총 1438건, 거래액은 3396억 달러(약 400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년 사이 최대치다.
삼정KPMG는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차세대 신약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M&A 거래를 활발히 했다"고 분석했다.
북미 기업들과 글로벌 제약사가 지난해 제약ㆍ바이오산업 M&A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이 참여한 M&A가 6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캐나다(323건)와 중국(224건), 영국(93건)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거래액 기준으로도 1171억300만 달러로 1위였다. 영국(1133억9300만 달러), 일본(879억1800억 달러), 스위스(280억3700만 달러)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은 41건으로 11위를 차지했다. 2016년 11위(26건), 2017년 10위(31건)에 이어 3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20억2000만 달러로 16위를 기록했다. 2017년 5억3200만 달러, 19위보다 올랐으나 2016년 20억9000만 달러, 12위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국내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대형 M&A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SK의 미국 바이오ㆍ제약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앰펙 인수(8000억 원) 등을 제외하면 대규모 M&A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반면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10억 달러 이상의 '메가 딜'을 진행했다. 일본 타케다 제약의 영국 샤이어 인수 금액은 809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크로스보더 M&A는 활발해지는 추세다. 지난해 전 세계 제약ㆍ바이오산업의 크로스보더 M&A 건수는 565건으로 전년 대비 54% 성장하며 3년 연속 증가했다. 거래액에서도 크로스보더 M&A가 1925억 달러로 전년 대비 81% 증가해 자국 내 M&A(147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제약·바이오 기업을 인수한 곳은 동종업계를 제외하면 사모펀드(PEF) 등 투자회사가 1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인수 건수의 연평균증가율도 최근 5년간 약 30%에 달했다. 보고서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제약ㆍ바이오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타 산업과의 융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제약ㆍ바이오산업과 이종산업 간 M&A 건수는 966건으로 전체 거래 건수 중 67%를 차지했다.
삼정KPMG 제약ㆍ바이오산업 M&A 리더 고병준 상무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사업재편과 바이오벤처 투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M&A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인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